[단독]용산어린이정원 블랙리스트 재판, LH는 ‘입꾹닫’
대통령실로부터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 조치를 당한 시민들에게서 소송을 당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측이 법원의 명령에도 구체적인 근거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고 측은 LH가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2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용산어린이정원 관리 주체인 LH 측은 지난달 10일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 조치를 당한 시민들이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서울행정법원에 ‘문서제출명령 의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해당 의견서에는 LH 측이 출입거부 근거로 내세웠던 ‘정부기관의 요청 문서’ 등에 대한 명확한 답이 기재되지 않았다. LH 측은 의견서에서 “준비서면을 통해 피고(LH)가 원고에게 공원 입장 제한을 한 경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밝히겠다”면서도 ‘출입거부를 요청한 정부기관의 문서가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김은희 용산공원시민회의 대표는 지난해 7월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 처분을 받았다. 김 대표는 용산어린이정원에 설치된 윤 대통령 부부 색칠놀이 프로그램 내용을 비판하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출입 거부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와 함께 용산구 일대 미군부지 환경오염 문제를 비판하고 용산어린이정원 개방에 반대하는 시위를 해온 용산구 주민 5명도 출입을 거부당했다. 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들도 입장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들은 “대통령실이 부당하게 출입을 제한한 것”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고 법원에는 공원 출입거부처분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경호처는 지난해 8월12일 “불법적인 행위가 확인된 당사자에 대해 대통령 경호·경비 및 군사시설 보호 등을 고려해 통제한 것”이라고 밝혔다.
LH 측은 지난 4월29일 재판에서 “해당 기관에서 이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요청을 한 구체적인 사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5월3일까지 보완하라”는 법원의 해명(석명) 준비명령을 받았지만 기한을 어기고 불명확한 답변을 냈다. LH 측은 “대통령경호처로부터 ‘불법적인 행위’가 확인된 김 대표 등의 공원 입장을 제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요청받았다”며 “(이들의) 불법 행위들이 규정상 입장 제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재판은 LH가 해명한 ‘입장 거부 처분’의 타당성 판단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법원은 지난 6월27일 재판에서 “실제 거부 처분의 구체적 이유가 기재된 문서가 있는지, 문서를 제출할 수 없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담은 의견서를 내라”고 했다.
법원의 의견서 요청에도 LH 측이 출입 거부 사유 등과 관련한 문서를 제출하지 않자 김 대표 등 시민들은 반발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LH가 낸 의견서에도 공원의 특수성과 대통령경호처의 역할 등만 나오고 (우리가) 어떻게 위해를 가하려 했다는 등 구체적인 사유는 하나도 밝히지 않았다”며 “상대방이 너무 막무가내로 재판 지연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를 대리하는 서창효 변호사는 “재판부가 소송 지연 행위에 대한 적절한 제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https://www.khan.co.kr/opinion/yeojeok/article/202308131851001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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