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협동로봇에 '1톤 안전기준'···주차로봇은 아파트 도입 막혀
<6> 손발 묶인 로봇혁신
산업용과 전혀 다른 협동로봇에 울타리 설치의무 부담
주차로봇은 '기계식 주차장' 취급 입출고시간 규제 적용
이동형 전기충전기도 옥내 사용금지···시대역행 수두룩
사람과 작업 공간을 공유하며 일하는 협동로봇은 최근 로봇 산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다. 현재는 산업용 로봇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협동로봇을 중심으로 로봇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시장조사 업체 마케츠앤마케츠에 따르면 지난해 12억 달러(약 1조 6600억 원)였던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은 연평균 35.1%씩 성장해 2030년에는 99억 달러(약 13조 7000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협동로봇은 규제·법제 측면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새로운 개념의 로봇이 등장하다 보니 기존 법규가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협동로봇의 가반하중(최대로 들어 옮길 수 있는 무게)은 3~16㎏으로 산업용 로봇(200㎏)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전혀 다른 로봇인데 협동로봇을 포함한 모든 산업용 로봇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을 따라야 한다.
배효성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일 “산업용 로봇에 대한 규제는 80% 이상이 안전과 관련한 규제”라면서 “15㎏ 미만의 협동로봇에 무게가 1톤이 넘는 산업용 로봇의 안전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사업주에게는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최근 협동로봇에 대한 안전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모든 산업용 로봇은 안전보건규칙상 운전 중 위험 방지(제223조)를 위해 안전 매트와 높이 1.8m 이상의 울타리를 쳐야 한다. 정부는 이를 개정해 안전 인증을 받은 협동로봇에는 울타리 설치 의무를 면제해줬다.
하지만 행정 비용 부담과 사고 발생 시 처벌을 우려해 혜택을 포기하는 사업주가 많다. 배 부연구위원은 “인증을 받으려면 특정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전문 지식이 없다 보니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야 한다”며 “행정 비용이 부담돼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울타리를 치고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사 사고가 발생하면 결국 책임은 사업주가 져야 한다”며 “처벌이 두려워 울타리를 걷어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기존 법규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례는 또 있다. 바로 주차로봇이다. 주차로봇 서비스는 로봇을 활용한 ‘발레파킹’이다. 로봇 위로 차량이 올라오면 위치를 인식해 원하는 주차 공간으로 옮겨준다. 입차부터 출차까지 모든 과정에 무인 주차 시스템이 적용된다. 사람이 타거나 내리지 않기 때문에 ‘문 콕 사고’ 위험이 없고 같은 면적에 30% 이상 더 많은 차량을 주차할 수 있다. 주차난을 겪는 도심 빌딩이나 아파트에 적합한 서비스로 기대를 모았다. 현대위아와 HL만도·삼표그룹(에스피앤모빌리티) 등 대기업들이 주차로봇 시장에 뛰어든 것도 이런 확장성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주차로봇 서비스는 낡은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자율주행과 로봇을 결합한 혁신적 서비스임에도 기계식 주차장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 주차로봇을 위한 별도 규제가 없다 보니 ‘기계식 주차 장치의 안전 기준 및 검사 기준’을 적용받는다.
업계가 난감해하는 것은 만차(滿車) 기준 입출고 시간에 대한 규정이다. 자동차를 모두 입고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이를 모두 출고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각각 2시간 이내여야 한다. 주차장 운영자가 무분별하게 주자창의 면수를 늘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주차로봇은 기계식 주차장과 달리 입출고 시간제한이 무의미한데도 기존 규제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규정 때문에 주차로봇이 더 많은 차를 주차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는 셈”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더욱 큰 문제는 주차로봇 서비스가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는 아예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현행 주택법상 기계식 주차 장치 도입 가능 지역은 사업지역 혹은 준주거지역에서 소형 주택과 ‘주택 외 건축물’로 제한돼 있어서다. 주차로봇이 기계식 주차장으로 분류된 까닭도 있다. 안전성이 확보된 주차로봇의 경우 기계식 주차장 입지 규제 관련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동형 전기 충전기의 옥내 사용 금지도 시대를 거꾸로 가는 규제로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기차 충전기는 30만 기를 넘어섰다. 전기차 1.78대당 1기의 충전기가 보급돼 있는 셈이다. 절대적인 숫자만 놓고 보면 주요 선진국 대비 충전 인프라 수준은 높다. 하지만 적시 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급속충전기의 보급은 더딘 상황이다.
이동형 충전기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꼽혀왔다. 이미 충전된 배터리를 전기에너지가 필요한 전기차로 이동시켜 간단하게 충전시킬 수 있어 고정형 충전기가 부족한 건물이나 아파트의 주차장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한국전기설비규정이 개정되면서 건물과 아파트 등 옥내에서 이동형 충전기의 사용이 금지됐다. 건물 내에서의 화재 발생 우려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데 업계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신축 및 구축 아파트에서는 일정 비율 이상의 고정형 충전기 설치가 의무화돼 있고 화재는 고정형 충전기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며 “안전성을 확보한 이동형 충전기의 경우에 한해 옥내 사용 금지를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고정형 충전기와 같은 성능과 안전성을 갖췄는데도 이동형이라는 이유만으로 아파트 주차장의 의무 설치 비율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건물 구조상 고정형 충전기를 설치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전기 충전 인프라 확대 차원에서 이동형 충전기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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