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프트도 나를 지지한다"... 트럼프, AI로 만든 가짜 사진 또 유포

이서희 2024. 8. 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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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가짜 이미지' 유포 행위를 이어 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스위프트와 스위프트 팬덤(swifties)이 자신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이미지 10개를 게시하면서 "수락한다(I accept!)"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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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프트 딥페이크와 함께 "지지 수락한다"
'해리스=공산주의자' 암시하는 딥페이크도
일주일 전엔 "해리스, AI로 사진 조작" 비난
회자 노린 의도적 노이즈 마케팅 전략인 듯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게시물.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와 스위프트 팬덤(swifties)이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는 모습을 담은 이미지들과 함께 "(지지 의사를) 수락한다"는 글을 남겼다. 이 가운데 스위프트(아래 왼쪽)의 사진은 인공지능으로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트루스소셜 계정 캡처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가짜 이미지' 유포 행위를 이어 가고 있다. 대선 경쟁자인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공산주의자' 딱지를 붙이려는 내용에 이어, 급기야 미국 내 최고 인기 가수인 테일러 스위프트의 지지를 받게 됐다는 허위 게시물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것이다. 일주일 전만 해도 해리스 부통령 측이 AI로 사진을 조작한다고 비난해 놓고선, 오히려 본인이 딥페이크(AI 기술 기반 이미지·음성·영상 합성물)를 확산시키고 있는 셈이다.


'해리스, 공산당서 연설' 가짜사진도 유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스위프트와 스위프트 팬덤(swifties)이 자신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이미지 10개를 게시하면서 "수락한다(I accept!)"고 썼다. 이 중 하나는 스위프트가 "테일러는 여러분이 트럼프에게 투표하길 바란다"고 말하는 듯한 이미지였는데, 이는 AI가 생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위프트 팬들의 '트럼프 지지' 사진들도 애초 조작됐거나 풍자 목적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낫과 망치가 그려져 옛 소련 국기와 유사한 붉은색 깃발이 걸린 곳에서 카멀리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연상시키는 여성이 연설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담은 이미지. 해리스 부통령에게 '공산주의자' 딱지를 붙이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이 사진은 인공지능(AI)이 생성한 딥페이크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17일 트루스소셜에 이를 게시했다. 미국 시카고에서 19일 개막한 민주당 전당대회를 겨냥한 듯, 오른쪽에 '시카고(CHICAGO)'라는 글자도 보인다. 트루스소셜 캡처

이뿐이 아니다. 17일에는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공산당 행사'에 참석한 것처럼 보이는 사진을 올렸다. 옛 소련 국기와 유사한 붉은색 깃발이 내걸린 곳에서 연설하는 그의 뒷모습을 담은 이미지였다. 하지만 이 역시 AI로 조작된 것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행위는 이율배반적이다. 지난 11일 그는 해리스 부통령의 미시간주 공항 도착 때 지지자들이 운집해 있는 사진을 올리고는 'AI로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진은 '진짜'였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허위정보를 검증 없이 전파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 노림수는... 밈 만들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스위프트 이미지를 진짜로 믿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스위프트는 이번 대선 국면에선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지만, 2020년 대선에선 민주당 후보(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오히려 가짜임을 알면서도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노렸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9일 펜실베이니아주 요크의 한 정밀부품그룹에서 열린 캠페인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요크=AP 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에게 AI 조작 이미지는) 정교한 속임수가 아니라 또 다른 수사(Rhetoric)의 도구일 뿐"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평소 거리낌 없이 거짓과 허풍을 동원해 상대편을 비난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짜 이미지 게시도 그 연장선에 있다는 얘기다. 말보다 직관적인 이미지에 담긴 내용을 자꾸 회자되게 하고,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으로 만들기 위해 일부러 논란을 자초하는 것이라는 게 WP의 진단이다.

그러나 '유권자 기만'을 의도한 것까지는 아니라 해도, 딥페이크 유포가 반복될 경우 '진실 왜곡'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WP는 "가짜와 허위가 확산하면 사람들이 진실도 '조작'으로 여기게 된다"며 "이런 식의 홍보가 과연 트럼프에게도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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