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여야 한목소리… "첨단산업 지원 속도가 중요"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제도적 뒷받침 해달라"
첨단산업 지원방안 모색을 위해 10여명의 여·야 국회의원들과 삼성·SK·현대차·LG 등 주요 대기업들이 소통 창구를 마련했다. 이들은 의원 연구모임을 국회 밖에서 개최하면서 현장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기업은 속도감 있는 규제 개선을 요구했다.
20일 여·야 의원 15명으로 구성된 '한국경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모임'은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첫 활동으로 대한상의와 공동으로 '첨단산업 국가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주요국들이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우고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가용자원을 총동원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가전략 관점에서 좀 더 막중하게 첨단산업을 다루고 지원책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를 이뤄내기 위해 이번 자리가 마련됐다.
이 연구모임은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과 유동수·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세미나에는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 커뮤니케이션위원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박준성 LG 부사장, 김경한 포스코홀딩스 부사장, 문지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 조영석 CJ 제일제당 부사장, 임성복 롯데지주 전무, 정기옥 LSC푸드 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이호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등 주요 재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은 행사 이후 기자와 만나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은 국회에서 해야한다"면서 "연구모임에서 그런 부분을 계속해서 부각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께서도 언급했듯 지금은 속도가 경쟁력인 시대"라며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시장이 다 끝나고 난 다음에 나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공동대표인 조 의원은 이 자리에서 "기업들이 첨단기술 받아들여 산업화하고 국부를 이뤄야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포지티브시스템(허용되는 것 이외 모두 금지)인 대륙법 체계를 따르고 있다"며 "또 이익만을 생각하는 주주자본주의에 부딪혀 우수 인력들이 개발한 신기술이 산업에서 꽃을 피우고 국부로 연결되기 어려운 시간을 겪는 동안, 외국은 이미 저멀리 앞서가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혁신, 기업 지원방안을 모색하겠다. 이를 통해 두 번째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기업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법과 제도에 반영하고자, 한국경제의 여러 목소리를 모으고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대한상의에서 이 모임을 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국회에 갇혀 탁상행정, 정치적 구호만 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 현장을 뛰는 기업들이 있는 대한상의에서 모임을 가진 점이 의미가 있다"면서 "경제에 실질적 도움이 되기 위해 이 모임이 만들어졌으며, 민주당도 대한민국의 경제성장, 지속가능한 성장, 국민행복의 총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미나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는 첨단산업 국가전략에 대한 초당적 여야 협력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30여 년간 꾸준히 우하향하고 있고, 2022년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장기적 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예측하는 등 '피크코리아'(경제성장이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위해 첨단산업기술을 집중 육성해 초격차를 벌리고 IT·서비스 같은 지식산업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첨단산업은 선승독식 경향이 크기 때문에 첨단산업 정책을 국가전략 관점에서 고민하고 좀 더 과감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패키지들을 신속하게 집행해 나가야 시장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첨단산업 지원에 있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 좌장을 맡은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한국은 향후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등 분야에서 선도형 기술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며 "특히 반도체의 경우, 생산시설인 팹(Fab) 1기당 20조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므로, 주요 국가처럼 정부가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차전지와 같은 첨단산업이 영업이익이나 손실에 관계없이 공제받지 못한 세액을 직접 현금으로 환급받을 수 있는 환급형 세액공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대식 서강대 교수는 "대기업의 계열 확장으로 인한 부작용은 부당지원행위와 같은 사후규제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면서 "투자 자체를 사전에 막는 금산분리 규제를 개선해 첨단산업분야 투자에 대한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22대 국회 여러 의원연구단체들과 다양한 경제산업 아젠다를 공유하고 입법 관련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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