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시설도 싫다” 주민 반대… ‘여의도 시범’ 공공기여 논란

조은임 기자 2024. 8. 2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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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여의도 시범 기부채납으로 데이케어센터
일부 주민 반대에 재건축 사업 중단
아파트 현수막 걸고 시청 앞서 시위 벌여
“주민에게도 필요한 시설… 앞으로 확대할 것”

재건축이 진행 중인 여의도 시범아파트에서 공공기여시설로 ‘노인복지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두고 상당수의 주민들이 반대를 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시는 앞으로 정비사업장에 준 혜택의 대가인 공공기여로 노인관련 시설을 확대할 계획이다.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필요한 시설을 공급하겠다는 의미인데, 노인복지시설이 과연 ‘비선호시설’로 취급돼야 하는 것인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사업 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한자신)은 최근 일부 소유주를 대상으로 허위사실 유포와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발을 진행했다. 공공기여로 데이케어센터(재가노인복지시설)가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소유주들이 아파트 벽면에 현수막을 걸고 카톡방을 만들어 한자신을 비방하는 등 강경하게 반대한 데 대한 대응이다. 영등포구도 외벽의 현수막이 도시 미관을 해친다면서 시범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철거 요청 공문을 보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벽면에 노인복지시설인 데이케이센터 기부채납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독자 제공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1971년에 준공된 노후 아파트다. 1584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는 지난해 9월에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최초로 신속통합기획이 완료됐다. 서울시에서는 용적률 최대 400%, 최고 층수 65층 혜택을 주는 대신 부지 297㎡(90평)를 데이케어센터로 기부채납 하도록 했다. 해당 시설은 부득이한 사유로 가족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심신이 허약한 고령자를 낮동안 시설에 입소시켜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돌봄시설이다.

이에 일부 소유주들은 극렬하게 반발했다. ‘신통기획 1호 속았다, 신청하지 마세요!’, ‘오세훈 발 폭주행정, 무리한 기채(기부채납)강요’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벽면에 내걸었다. 이에 한자신은 지난 4월 데이케어센터를 문화시설로 변경하는 내용의 정비계획 변경 계획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데이케어센터를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계획서 보완을 지시했다.

하지만 더 많은 수의 소유주들은 서울시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를 원하고 있다. 한자신이 지난 6일부터 나흘간 데이케어센터 설치에 대한 조합원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에 참여한 조합원 792명 중 456명(57.6%)이 ‘데이케어센터 위치조정 및 면적을 축소해 정비사업 신속 추진’ 항목을 선택했다. ‘데이케어센터 전체 삭제될 때까지 정비사업 전면 중단’을 선택한 조합원은 333명(42%)이었다. 한자신은 이번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서울시 주무부서와 협를 거쳐 정비계획 변경 공람공고를 진행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시공사를 선정한다.

데이케어센터 기부채납을 반대하는 소유주들은 지난 9일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데이케어는 서울시청과 오세훈 댁부터’, ‘신통기획=망통기획=고통기획’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여의도 시범 아파트의 일부 주민들이 지난 9일 서울시청 앞에서 데이케어 센터 기부채납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독자 제공

하지만 이들의 여론전을 보는 사회적 시선은 곱지 않다. 내년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노인관련 시설의 수요가 점차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노인관련 시설의 수요가 점점 늘어나게 되어 있어 언젠가는 아파트 단지 내에 주민들이 직접 조성해야 하는 날이 올 것”이라면서 “이런 시설을 시에서 공공기여를 통해 조성해 주겠다는 데도 반대를 하는 것은 상당히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시범아파트의 한 소유주는 “극단적인 일부 주민들 때문에 재건축 사업이 속도가 나지 않아 너무 안타깝다”면서 “공공기여로 받은 혜택이 있으니 내어줄 것은 내어주고 빨리 사업을 제대로 진행했으면 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정비사업 단지의 공공기여로 노인관련 시설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란 방침을 세우고 있다. 당분간 주민들이 비선호시설로 여겨 반대를 하더라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개포현대2차 재건축 단지에도 노인복지시설을 기부채납으로 요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기여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제도”라면서 “주민들이 비선호한다고 하더라도, 노인관련시설을 공공기여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주민등록인구 기준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지난해 말 985만8810명으로 2019년 말 802만6915명보다 22.8% 증가했고, 지난달 10일 기준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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