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폭로 조사하지마" 정부 말도 무시…선 넘은 체육계 '마이웨이'
정부가 이른바 '안세영 사태'에 대한 대한배드민턴협회(이하 협회)의 자체 조사에 제동을 걸었지만 협회가 강행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협회가 광복절 휴일인 지난 15일 기습적으로 '안세영 사태'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조사 착수를 발표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그 다음날인 16일 협회의 정관 위반을 지적하고 절차 준수를 권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협회는 정부의 권고를 무시하고 16일 그대로 자체 진상조사위를 가동시켜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감독 등 지도자와 트레이너들을 불러 3시간가량 면담했다. 배드민턴계에 따르면 협회 자체 진상조사위의 조사위원 5명 가운데 3명은 비공개였고 내부 위원 2명은 협회장 라인으로 분류돼있다.
이같은 진상조사위 회의에 안 선수는 응하지 않았다. 향후에도 협회의 관련 조사에는 협조할 뜻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문체부의 관련 조사에는 응하겠다는게 안 선수측 의사다. 안 선수는 전날(19일) 장미란 문체부 제2차관과 비공개 면담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안 선수측 입장을 확인하는 자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지난 12일 이미 협회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안 선수가 지난 5일 여자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건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선수 부상관리, 선수 훈련 지원, 협회 의사결정 체계 및 대회출전 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함에 따라 올림픽 폐막(8월 11일) 직후 관련 조사에 나선 것.
문체부는 안 선수가 지적한 내용에 대한 경위 파악뿐만 아니라 그동안 논란이 됐던 제도 관련 문제와 협회의 보조금 집행 및 운영 실태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올해 기준 문체부는 협회에 보조금 71억2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문체부는 다음달 결과 발표를 목표로 이정우 체육국장을 단장으로 하고 관련 조사 경험이 있는 문체부 직원과 스포츠윤리센터 조사관 등 10명 이상으로 꾸린 조사단을 가동 중이다.
안세영 사태를 두고 문체부와 체육회, 협회까지 세 곳이 동시에 조사에 착수하는 이상한 모양새가 연출될 뻔 했으나, 체육회가 안세영 사태에서 발을 뺀 상황이다.
앞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초 체육분야 간담회에서 각 종목 단체와 지역 체육회에 할당되는 예산을 체육회를 통하지 않고 문체부가 직접 교부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한 바 있다. 체육회의 그간의 예산 집행에 대한 적절성에 대해서도 문체부가 관련 용역을 통해 살펴보기로 했다.
체육회는 문체부 소관의 특수법인으로 산하 기타공공기관에 해당하고 문체부 지휘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최근 이기흥 체육회장의 3연임 시도 논란 등과 맞물려 공공연하게 문체부 방침에 반기를 들고 있다. 올 초 체육회는 정부가 만든 '국가 스포츠정책위원회(한덕수 국무총리, 이에리사 공동 위원장)'에 당연직 위원인 이 회장이 참여를 거부하면서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체육회는 정부가 만든 스포츠정책위원회에 불참하고 체육회 주도의 '국가 스포츠위원회' 설립을 시도하고 있다.
게다가 체육회는 올림픽 개막 직전에 열린 선수단 결단식와 폐막 후 공항에서 선수단 환영식과 함께 예정됐던 해단식에서 사실상 문체부를 배제하는 소위 '문체부 패싱'을 시도하는 등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체육회의 상식을 벗어난 수준의 돌발행동 배경에는 유 장관이 취임 이후 여러 차례 공언한 체육회 등 체육계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거론된다.
유 장관이 협회에 지나치게 집중된 체육권력 등을 개편하는 방향으로 학교·생활·엘리트 체육의 정상화를 예고한 상황에서 그간 정부가 체육회를 통해 집행했던 약 4200억원의 체육 예산이 체육회를 거치지 않고 종목 협회나 연맹, 지방 체육회 등으로 직접 전달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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