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 3배 불어난 '이 시장'…치고나가는 한국투자증권

김창현 기자 2024. 8. 2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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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승현 한국투자증권 카본솔루션부 부장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에서 인터뷰 중인 홍승현 한국투자증권 카본솔루션부 부장. /사진=김창현 기자.

탄소배출권 시장이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인다. EU(유럽연합)와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친환경 정책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Refinitiv)에 따르면 전세계 탄소배출권 시장 규모는 2019년 2410억유로(한화 약 360조원)에서 지난해 8812억유로(약 1316조원)로 3배넘게 커졌다.

증권사 중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홍승현 한국투자증권 카본솔루션부 부장은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탄소배출권은 증권사의 트레이딩 자산 중 하나일 수 있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온실가스 감축사업의 설계에서부터 방법론선정, 사업자구성, 금융구조화, 투자자모집, 사업검인증까지 단계별 역량을 갖추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카본솔루션 내 운용팀은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매매를 하거나 시장조성자 역할을 담당한다. 탄소배출권 시장의 수급과 정부정책을 다각도로 분석해 향후 탄소배출권 가격이 어떻게 형성될지 예측하고 관련 보고서도 작성한다.

운용팀이 하는 일이 증권사 본연의 업무에 가깝다면 개발팀이 하는 일은 부동산 시행사의 업무와 유사하다. 이들은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 해외에 나가 온실가스 감축에 적합한 국가와 부지를 고르고, 실제로 온실가스가 감축됐는지 판단해줄 인증업체를 선정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조달 계획까지 마련하는 등 사업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한다.

개발팀이 하나의 프로젝트에서 탄소배출권을 발급받는 데 드는 시간은 최소 4~5년이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사업 파트너를 찾아가는 네트워킹 능력도 필수다. 개발 사업을 해본적 없었던 증권사들이 새롭게 진입하기에는 진입장벽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홍 부장은 "사업 지역과 방법론을 정하고 파트너사와 사업을 논의하는 등 딜소싱(Deal Sourcing)작업에만 길게는 1년이 걸리고, 해당사업을 탄소배출권 개발 사업으로 인정받게 하기 위해 각종 인허가, 지역주민동의, 감축실적 인증업체 협의 등의 과정을 진행하는 딜쿠킹(Deal Cooking)에 1년이 걸린다"며 "이후 온실가스 감축실적이 확인돼 탄소배출권을 발급받는데 2~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투자증권은 단순 투자를 넘어 장기적인 탄소배출권 확보 니즈를 가진 기업과 함께 개발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방글라데시서 국내 금융사 중 첫 탄소배출권 확보…기관·기업 수요 기대감
한국투자증권이 방글라데시에 설치한 태양광 정수시설. /사진제공=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방글라데시에서 10만톤 규모의 탄소배출권을 확보했다. 국내 금융사 중에서는 최초다. 자발적 탄소배출권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서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투자해 얻은 감축분을 탄소배출권으로 가져가거나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다.

한국투자증권은 2022년부터 방글라데시 남서부 6개주에 태양광 정수시설을 설치해 생산된 식수를 현지에 무상 제공해왔다. 홍 부장은 "방글라데시에서 획득한 자발적 탄소배출권을 유럽 등 국내외 브로커 등에게 판매했다"며 "방글라데시 외에도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새로운 유형의 사업을 진행하거나 앞으로 진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전세계적으로 금리 인하가 예정돼 있고 올해 국내 기업들이 실적 반등에도 성공한 만큼 향후 탄소배출권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2026년 '제4차 배출권거래제 계획기간'이 시행되면 그간 기업에 무상으로 제공됐던 탄소배출권 비중이 줄어들고 상당부분 유상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홍 부장은 "EU와 미국에서 탄소국경세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탄소배출권 시장이 현재보다 더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들도 탈탄소로 나아가야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고, 연기금과 보험사 등의 장기투자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 장기적으로 공급자 우위 시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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