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왕' 인텔의 몰락…빅테크 기지개에도 나홀로 주가 역주행
[편집자주] 미래를 이끄는 테크주의 오늘을 전합니다.
전 세계 주요 반도체주가 이달 초 폭락장 충격에서 벗어서 다시 상승 국면으로 진입한 가운데 인텔만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어닝쇼크에 이어 신용등급 강등, 소프트뱅크와 협력 불발 등 악재가 터져서다. 총체적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라 당분간 반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일(현지 시각) 나스닥에서 인텔은 전거래일보다 3.11%(0.65달러) 오른 21.5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주가 상승에도 지난 2일 대폭락 충격 여파에서 벗어나기엔 역부족이다. 당시 인텔 주가는 29.05달러에서 21.48달러로 26.06% 급락했는데, 이날 종가는 0.04달러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인텔의 주가 추이는 미국 반도체주 대부분이 2~5일 폭락장 여파에서 벗어나 상승세로 전환한 점과 완전히 상반된다. 세계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5일 100.45달러까지 떨어졌으나, 이날에는 13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10거래일 동안 주가가 29% 올랐다. 같은 기간 ARM 홀딩스 20%, 마이크론 20%, TSMC 16%, AMD 15%, ASML 14% 등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인텔은 7% 오르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5일 추가로 6% 폭락한 기저효과가 반영됐다.
이달 초 반도체주 폭락을 가져온 미국 경기침체 공포, 인공지능(AI) 반도체 과잉투자 우려는 사그라졌지만, 인텔만의 위기 요인인 어닝 쇼크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인텔은 2분기 매출 128억3000만달러, 순손실 16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 줄었고, 순손익은 적자전환했다.
인텔은 어닝 쇼크 극복을 위해 올해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고, 연간 자본 지출을 20% 이상 줄이겠다고 밝혔다. 전체 직원의 15%에 달하는 1만5000명을 해고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1992년부터 지급한 배당금을 주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재무 위기에 직면했다. 인텔은 2분기 중 ARM 주식 118만주(1억4700만달러, 2000억원)를 전부 매각했다. 재무 개선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어닝 쇼크는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졌다. 무디스는 인텔의 선순위 무담보채권 등급을 기존 'A3'에서 'Baa1'으로 하향 조정했다.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무디스는 신용등급 강등 이유로 △제품 및 제조 공정 기술 전환 관련 비용 증가 △불리한 제품 믹스 △거의 모든 제품에서 예상보다 약한 수요 △지속적인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향후 12~18개월 동안 수익성이 크게 약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꼽았다.
일본 소프트뱅크와 AI 반도체 협력 협상도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4일 소프트뱅크와 인텔과 AI 반도체 생산과 관련한 내용을 협의했지만, 인텔이 소프트뱅크 측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AI 반도체 시장을 독점한 엔비디아에 대항하려는 소프트뱅크가 인텔을 협력 파트너에서 배제한다는 의미다. 소프트뱅크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에 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소프트뱅크와 협력 불발은 팻 겔싱어 CEO가 2021년부터 야심하게 추진한 'IDC(종합 반도체 기업) 2.0' 전략의 핵심인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키운다.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인데 사업 경쟁력마저 크게 뒤떨어졌다는 방증으로 인식될 수 있어서다. 올해 상반기 파운드리 영업손실은 53억달러(약 7조원)에 달한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이달 초 리포트에서 "비용 감축을 통한 수익성 제고를 강조하고 있으나 경쟁력 저하 우려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투자 심리 개선까지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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