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美 중재안 지지”한다지만···휴전협상, 또 교착 국면
네타냐후 ‘두 얼굴’ 전략…“뒤로는 협상단 질책”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9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에게 미국 등 중재국들이 제시한 새 가자지구 휴전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휴전안 수용을 압박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찾은 블링컨 장관에게 유화적인 반응을 보인 것인데, 그가 실제로는 휴전의 핵심 쟁점에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3시간에 걸친 블링컨 장관과의 회동 후 성명을 내고 최근 미국 등 중재국들이 제시한 새 휴전안에 네타냐후 총리가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도 이날 만남 뒤 이스라엘이 중재안을 수용했다며 “이제 하마스가 수용할 차례”라고 공을 하마스에 넘겼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동시에 새 중재안에 힘을 실으며 하마스를 압박한 셈인데, 하마스는 예상대로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은 알자지라에 “우리는 새로운 협상이나 중재안이 필요 없다는 뜻을 이미 밝혔다”면서 “몇 달 전 합의한 바이든의 제안을 실행하는 데만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말 발표한 ‘3단계 휴전안’의 원칙대로 휴전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마스는 중재국들이 내놓은 새 휴전안이 바이든 대통령이 당초 제안했던 ‘3단계 휴전안’에 비해 훨씬 후퇴했으며, 이는 이스라엘이 추가 요구조건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며 협상에 시간을 끌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해 왔다.
미국·이집트·카타르 등 중재국들이 지난 15~16일 도하 회담으로 도출한 새 중재안에 이스라엘은 찬성, 하마스는 반대하면서 표면적으로는 하마스가 협상에 파투를 낸 셈이 됐으나, 당초 양측의 간극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가 블링컨 장관 앞에서는 중재안을 지지한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협상단을 질책하고 휴전에 여전히 강경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협상에서 이중적인 태도로 ‘두 얼굴 전략’을 구사하며 협상이 공회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복수의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여전히 협상단에 충분한 권한을 주지 않고 있으며, 도하 협상 당시에도 자국 협상단이 하마스에 굴복했다고 질책한다고 한다.
소식통들은 블링컨 장관 앞에서 휴전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발표가 “정치적 가식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는 “네타냐후는 자신이 최근 추가한 요구사항을 포함해 미국의 제안을 지지한다고 블링컨 장관에게 말했지만, 사실은 하마스가 이 제안을 거부할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도하 협상에서 좁혀졌다는 견해 차도 실상은 미국과 이스라엘 간 입장 차일 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간극이 좁혀진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미국은 회담 결과가 긍정적이라며 휴전 가능성에 낙관적인 입장을 취했지만, 하마스에 협상 상황을 전달한 이집트와 카타르는 생각이 달랐다고 이스라엘 관리들이 전했다.
가자지구·이집트 국경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적 통제를 유지하겠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새 요구조건이 협상의 최대 걸림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당초 제시한 ‘3단계 휴전안’에 명시된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군과 배치되는 내용이며, 하마스는 물론 휴전 중재국인 이집트도 강하게 반대하는 사안이다.
악시오스는 이스라엘이 최근 가자지구 주둔 병력을 축소하는 대신 필라델피 회랑에 병력을 유지하는 안을 제시했다가 이집트에 의해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는 물론 이집트조차 수용할 수 없는 요구조건을 내걸자,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을 비롯한 안보기관 수장들이 더 이상 협상 지연은 안 된다고 총리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협상에 더 시간을 끄는 것이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을 위험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이란과 확전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설득했으나,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이스라엘 관리는 “네타냐후의 고집 때문에 회담은 무용지물이 됐고 우리는 명백하게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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