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장서 눈물 보인 바이든 “나에게 물러나라고 한 사람들…”
참석자들 기립 박수·함성
“트럼프를 꺾어야 한다
자유와 민주주의에 투표”
해리스도 막판 깜짝 등장
“고마워요, 조”(Thank you, Joe)
미국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19일(현지시간) 개막한 민주당 전당대회장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자 장내는 순식간에 함성으로 가득 찼다. ‘우리는 조를 사랑해’(We ♥ Joe)라고 적힌 팻말을 든 민주당 대의원과 당원들은 모두 일어나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고마워요, 사랑해요”를 외쳤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출정식인 전당대회 첫째 날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바이든 대통령이었다. 마지막 연사로 나선 바이든 대통령은 5분이 지나서야 첫 마디를 뗄 수 있었을 정도로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무대에 오른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을 소개한 딸 애슐리를 포옹한 뒤 티슈를 꺼내 눈물을 닦아냈다. 그는 자신의 대선 후보 사퇴 결정에 대해 “나는 내 일을 사랑하지만 내 나라를 더 사랑한다”며 “나보고 물러나라고 한 사람들에게 내가 화가 났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 선거 캠페인의 모토인 ‘자유’에 빗대어 “자유와 민주주의, 미국을 위해서, 해리스에게 투표할 준비가 되어있나”라고 외쳤다. 그는 “해리스를 부통령으로 선택한 것은 내 인생에서 최고의 선택이었다”며 “나는 해리스와 (부통령 후보) 팀 월즈 선거운동에서 최고의 자원봉사자가 될 것을 약속한다”고도 말했다. 재임기 성과를 나열할 때도 거의 빠짐없이 “카멀라와 나는”이라는 말로 ‘공동’ 성과임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반세기 정치 인생을 사실상 떠나보내는 ‘고별 연설’의 인상 또한 풍겼다. 50여년 전 상원의원에 당선된 이후 숱한 선거를 치르고 이기며 부통령, 대통령까지 오른 그는 지난 6월 첫 TV토론 참패로 불거진 고령 논란과 당 내외 사퇴 압박에 시달린 끝에 해리스 부통령에게 ‘횃불’을 넘겼다. 현직 대통령이 재선을 포기한 것은 1968년 린든 존슨 대통령(민주) 이후 56년 만이다.
“나는 미국에 내 최선을 주었다”고 한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투표할 것을 호소했다. 그는 “우리는 상원을 지켜내고 하원 선거를 다시 이겨야 한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를 꺾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바이든 대통령에 앞서 연설한 영부인 질 바이든은 “우리는 해리스의 용기와 결단력, 리더십을 가까이에서 봤다. 해리스와 월즈는 이길 것이다”라면서 “여러분은 새로운 세대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민주당 진보파의 상징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하원의원 등 주요 연사들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감사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했던 클린턴 전 장관은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승리를 위해 민주당이 단결할 것을 강조했다.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했던 그는 “우리는 함께 가장 높고 견고한 유리천장에 많은 금을 만들었다”며 “이제 해리스가 유리천장의 다른 편에서 손을 들어 47대 미국 대통령이 되어 취임선서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나의 장벽이 무너지면 모두를 위한 길이 열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권위주의 국가 정상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해리스는 독재자들에게 러브레터를 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내외 적들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고 민주주의와 헌법을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오후 8시10분쯤 민주당 전당대회장에 깜짝 등장했다. 청중들의 열광적인 환호 속에 연단 중앙에 오른 그는 “바이든에게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며 “11월 우리는 하나가 되어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할 것이다. 우리가 싸우면 이긴다”라고 외쳤다.
시카고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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