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등 일본 기업들이 배출권 거래제 참여에 적극적인 이유는?

김경학 기자 2024. 8. 2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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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난해 10월 배출권 거래제 시행
전체 배출 50% 차지하는 740여개사 자발적 참여
“‘규제’ 아닌 ‘성장’ 전략으로 인식 전환해야”
지난 1월 22일 인천 서구 정서진 아라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 인천 | 성동훈 기자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가격을 매기는 배출권 거래제를 2015년 시행했다. 한국과 산업·에너지 구조가 유사한 일본은 지난해 시행했다. 한국보다 약 8년 늦게 시작한 것이다. 강제성도 없었지만, 도요타 등 740여개사가 배출권 거래제에 참여하고 있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 한국도 정책 효과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간한 ‘일본 배출권 거래제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배출권 거래제에 참여하는 기업 모임 ‘녹색전환(GX) 리그’에 속한 기업은 올해 초 기준 도요타·도쿄전력 등 747개사다. 이들 기업이 일본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한다.

보고서는 일본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유로 일본 정부의 태도와 제도 변화를 꼽았다. 일본은 세계 5위 이산화탄소 배출국이지만, 기후 변화 대응에는 미온적이었다. 일본 산업 구조 특성상 탈탄소를 하면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태도를 고수했다. 반면 한국은 국제사회 움직임에 동참하며 2015년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했고, 2018년 경매 등을 통해 배출권을 거래하는 유상 할당을 도입했다.

일본 정부가 변화를 보인 건 아베 신조 총리가 물러난 뒤부터였다. 2020년 10월 일본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2022년 일본 경제산업성은 철강·화학·시멘트·석탄화력발전 등 산업에 온실가스 감축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GX 리그’를 구상했고, 시범 실시하는 배출권 거래제 등을 포함하는 ‘GX 실현을 위한 추진 전략’을 지난해 발표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운영하고 지원을 전담하는 추진 기구는 올해 7월에야 문을 열었고, 유상 할당은 2033년부터 발전기업만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일본은 GX리그 참가 여부를 기업 스스로 결정한다. 기업 규모나 배출량에 따라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한국이나 유럽연합(EU)과 가장 다른 점이다. 그런데도 항공운수업 100%, 철강업 98%, 석유·석탄 제조업 91%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보고서는 일본 정부가 GX 전략의 핵심 목표로 ‘성장’을 내걸고 GX리그 참여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나 지원 혜택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경제단체연합회를 중심으로 산업계 의견이 GX 정책에 대부분 반영됐고, 산업계를 비롯해 금융기관·투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간 협의를 거쳐 제도가 수립돼 실행 가능성과 신뢰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일본보다 훨씬 앞서 시행 중인 한국도 탄소중립과 성장이라는 복합적 목표를 균형 있게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정책 방향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탈탄소 전환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정책금융의 적정 규모와 민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를 모색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산업을 가장 잘 아는 정부 부처가 주도해 탄소중립 지향점을 ‘규제’ 중심에서 ‘성장’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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