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폭스 확산세···민주콩고 확진자·사망자 대부분이 15세 미만
확진자 70% 이상이 15세 미만
변종 엠폭스(MPOX·옛 명칭 원숭이두창)가 아프리카 대륙을 넘어 확산 조짐을 보인다.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는 사망자가 500명을 넘어선 가운데, 파키스탄·필리핀·스웨덴에서도 엠폭스 확진자가 발생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알자지라는 로저 캄바 민주콩고 보건장관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570명 이상의 사망자를 포함해 1만6700건의 엠폭스 확진 또는 의심 사례가 기록됐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캄바 장관은 “이는 지난주 보고된 1만5664건의 확진·의심 사례와 548명의 사망자에서 증가한 수치”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과 미국이 백신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히면서 “다음 주에는 백신 접종할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민주콩고에서는 15세 미만 아동이 전체 확진자의 70% 이상, 사망자의 85%를 차지한다. 민주콩고 정부는 백신이 도착하는 대로 어린이들에게 우선 접종할 것으로 알려졌다.
엠폭스는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급성 발열 발진성 질환이다. 아프리카 풍토병이었지만 2022년 5월부터 유럽, 미주 등 세계 각국에 확산하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고 수준의 보건 경계 태세인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확산세가 잦아들면서 지난해 5월 PHEIC는 해제됐지만, 같은 해 9월부터 민주콩고의 광산 마을 카미투가를 중심으로 새 하위계통 1b 유형의 엠폭스가 번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변종 엠폭스의 치명률은 이전보다 높은 3.6%로 추정된다. 이에 WHO는 지난 14일 엠폭스에 대한 PHEIC를 다시 선언했다.
장 클로드 우다헤무카 르완다 대학교수는 스카이뉴스에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엠폭스 변종 중에 하위계통 1b가 가장 위험하다”고 말했다.
확산세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올해 들어 총 1만8737건의 확진·의심 사례가 보고됐는데 이 중 약 12000건은 최근 1주일 새 추가됐다. 전체 확진자와 사망자의 대부분이 민주콩고에 집중돼있지만, 올해 들어 엠폭스가 발병한 국가는 아프리카 대륙 55개국 가운데 최소 16개국으로 늘었다.
전날에는 필리핀에서는 33세 남성이 엠폭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새 변종인 하위계통 1b 유형에 해당하는지 분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필리핀 보건부는 이 환자가 해외여행을 한 이력이 없고 일주일 전 발열이 시작된 후 얼굴과 몸 등에서 발진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필리핀에서 엠폭스 감염이 보고된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앞서 15일에는 아프리카 대륙 밖에서 처음으로 스웨덴에서 하위 계통 1b 감염이 확인됐다. 보건 당국은 이 환자가 “변종 엠폭스가 발병한 아프리카 지역을 방문하는 동안 감염됐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에서도 엠폭스 환자가 발생했으나 현재 유행 중인 새 변종에 감염된 것은 아닌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엠폭스에 감염되면 수포성 발진 증상을 보이고 급성 발열이나 두통, 근육통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각국 보건 당국은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엠폭스 환자가 발생한 곳에서 입국하는 사람 등을 대상으로 엠폭스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 또 발병 지역에서 온 운송 수단, 컨테이너, 화물 및 물품은 소독 등 방역에 나선다. 말레이시아는 엠폭스 감염이 보고된 국가에서 온 여행객은 자국 도착 후 21시간 동안 건강 상태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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