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복 대표 “허영인 SPC 회장 지시 민주노총 탈퇴종용 자체가 불법” 증언, 재판에 어떤 영향 미칠까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 노조탈퇴 종용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황재복 SPC 대표이사가 허영인 SPC 회장의 지시를 받아 사측이 노조탈퇴 종용에 나섰다는 진술을 이어가고 있다. 허 회장의 직접 지시 여부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다. 황 대표와 함께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허 회장의 유죄 여부 및 처벌 수위를 가를 쟁점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이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피고인 중 허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한 이는 황 대표가 유일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조승우)는 20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노조를 탈퇴할 것을 지시·강요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허 회장 등 피고인 19명에 대한 여섯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은 황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이 계속 진행됐다.
황 대표는 이날을 포함해 네 차례 진행된 증인신문에서 “허 회장으로부터 탈퇴 종용을 받았고 이 종용작업은 회사에서 주도했다”고 진술했다. 황 대표는 검찰 최초 진술에서 “2021년 1월 말경 20층 (허 회장) 회의실에 갔는데 허 회장이 ‘조합원 1인당 1만5000원씩 조합비를 공제해 1000만원을 징수하면서 시위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숫자를 줄여서 시위하지 못하게 하라고 했다”며 “같은 해 2월6일 패션파이브 앞에서 시위를 하면서 극도로 화가 났다”고 했다.
황 대표는 법정에서도 “탈퇴 종용 최초 시기는 2021년 1월 말이 맞다”며 “탈퇴 종용은 같은 해 2월6일 이전에 정모 전무에게 지시·전달했다”고 밝혔다. 황 대표의 지시는 이후 전모 한국노총 식품노련 피비노조위원장, 이모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장에게도 협조요청으로 전달됐다. 황 대표는 이날 진술에서 “전 노조위원장과 한번 통화를 한 적도 있다”며 “탈퇴 작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일을 잘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로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허 회장 측 변호인단은 “2021년 2월6일 패션파이브 앞 시위가 계기가 된 것 아니냐”며 황 대표의 진술 자체의 신빙성을 의심했지만, 황 대표는 “2019년부터 사회적 합의 이행 등으로 진행한 집회가 누적돼 왔고, 2월6일 시위로 탈퇴 종용이 커졌다”고 말했다. 또 황 대표는 허 회장 측 변호인단이 ‘허 회장에게서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탈퇴시키라고 지시 받은 건 아니지 않느냐’는 질의에 대해 “탈퇴시키려고 한 것 자체가 불법 아니냐”고도 말했다.
검찰은 허 회장 지시에 따른 탈퇴 종용이 이후 지회 조합원들의 승진에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황 대표는 탈퇴 종용의 일환으로 지회 조합원들이 승진 차별 등 불이익이 있었다는 데 대해 공감한다는 취지의 증언도 했다. 황 대표는 “탈퇴 종용으로 승진에 이용했고 그 부분을 나중에 듣게 됐다”며 “피해를 본 직원들이 실제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황 대표는 허 회장 등이 피비노조를 언론 대응에 활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SPC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을 우려한 것이었고, 일방적으로 회사 입장을 표명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7161852001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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