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공언한 의제 중심으로 골랐다” 대표회담 앞두고 여당 압박하는 민주당
일각에선 “의례적인 상견례” 회의론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5일 여야 대표회담을 앞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양당 간 의견차가 크지 않은 ‘민생 법안’을 중심으로 접점을 모색하면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과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도 의제가 돼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20일 KBS라디오에서 민주당이 대표회담 의제로 채 상병 특검법, 민생 관련 논의, 지구당 부활 등 3가지를 제시했다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미 국민 앞에 공언한 것을 중심으로 논의하기 좋도록 저희가 성의를 갖고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이 언급한 의제 3가지는 모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대표 수락연설에서 밝힌 주요 현안들이다. 다만 지구당 부활을 제외한 채 상병 특검법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선 양당 간 견해차가 여전하다.
민주당은 한 대표에게 지난 6월 당대표 출마 선언 당시 공언한 제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하라고 연일 압박 중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대표와 국민의힘이 상식과 자기 약속에 맞게 채 해병 특검법안 등 입장을 미리 준비해서 (회담에서) 좋은 성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언주 최고위원도 이날 SBS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계속 변죽을 울리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지만 여당의 안이 없다”며 “(국민의힘 법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놔야 된다. 제보 공작이고 뭐고 다 좋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외적으로 한 대표를 압박하면서 내부적으로는 협상 여지를 남기는 분위기다. 채 상병 특검법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후 두 차례 폐기된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여당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역시 추석 명절을 앞두고 시급히 실행돼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만 이야기하고,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건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채 상병 특검법도 한 대표가 ‘제3자 추천안’을 발의하면 특검 추천 권한, 수사 대상 등을 민주당 원안보다 완화해 수정하는 방식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은 “국민의힘은 선별, 차등 지원하자는 입장이니 소득 하위 70%, 80%(에게 지급하는) 식으로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정도까지 대화가 진전되면 합의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다만 채 상병 특검법,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에 대한 국민의힘의 입장이 대표 회담에서 급선회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중론이다. 한 대표는 지난 16일 민주당이 제3자 특검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제보 공작’ 의혹을 포함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며 특검법 발의 문턱을 높였다. 여당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이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비판해왔다.
양당은 이번주 실무협의를 이어가며 회담 의제 및 협상 폭 등을 두고 수싸움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이뤄질 예정이었던 이해식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과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 간 실무회의는 국민의힘이 회담 생중계를 제안하고, 정쟁 정치 중단 선언·금융투자소득세 등 민생 회복·정치개혁 관련 협의체 상설화 등 3가지를 의제로 제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불발됐다. 이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가 대표회담을 하나의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만들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 때문에 제가 어필(문제제기)을 했고, 그에 대해 (여당이) 유감 표명이라든가 적절하게 수습한 다음에 실무회담을 하자고 말씀드린 바 있다”고 말했다.
야당 일부에서는 대표 회담에 대한 회의론도 나왔다. 우상호 전 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과연 어느 정도의 큰 실질적인 성과가 있겠느냐”며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이 대표가 합의한 내용을 이행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가) 협의한 내용을 가지고 자당의 의원들과 대통령실을 설득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회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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