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커플 절반 이혼 시대, 방송가의 절반도 ‘이혼 예능’[스경X이슈]

하경헌 기자 2024. 8. 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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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교양 ‘오은영리포트-결혼지옥’ 포스터. 사진 MBC



통계청이 조사한 지난해 인구동향조사에서 대한민국 조혼인율은 3.8이었다. 그리고 조이혼율은 1.8이었다. 조혼인율은 인구 1000명당 결혼건수를 뜻한다. 2002년 6.3 수준이었는데 20여 년 만에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

조이혼율은 인구 1000명당 절혼, 즉 이혼을 한 건수를 뜻한다. 인구 1000명당 지난해 3.8건의 결혼이 이뤄지고 1.8건의 이혼이 이뤄졌다면 ‘결혼커플의 절반이 헤어진다’는 표현이 결코 어색하지 않다.

이미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이혼율이 9위, 아시아에서는 1위다. 이혼부부를 상담하고 법적인 절차를 대행하는 이혼 변호사는 2021년 517명에서 2024년 851명으로 64% 늘어났다. 이혼 변호사를 다루는 SBS ‘굿파트너’ 같은 작품도 17% 이상의 시청률로 인기다.

JTBC 예능 ‘이혼숙려캠프’ 1회 주요 장면. 사진 JTBC 방송화면 캡쳐



이러한 분위기에서 떼놓을 수 없는 것이 이른바 ‘이혼 예능’의 번성이다. 이혼은 부부 사이의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첨예한 대립으로 이뤄지는 가장 사적인 영역인데, 이 과정이 예능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다양한 채널들이 이혼위기 부부를 다루며, 실제 이혼을 한 이후의 출연자도 추적 중이다.

매주 월요일 방송되는 MBC ‘오은영리포트-결혼지옥’은 방송가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프로그램이다. 19일 현재 88회가 방송된 프로그램은 매주 월요일 오후 11시대에서 꾸준히 2~3%의 시청률을 내고 있다.

MBN 예능 ‘한 번쯤 이혼할 결심’ 1회 주요 장면. 사진 MBN 방송화면 캡쳐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중심을 잡고 있는 프로그램은 관찰 카메라를 통해 이혼위기의 부부를 진단하고 각종 검사를 통해 도출한 결과로 ‘힐링 리포트’를 내는 솔루션의 단계로 진행된다. 하지만 일단 관찰 카메라를 거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부들의 날카로운 대립이 극의 긴장감을 가장 많이 끌어올린다. 매주 새로운 ‘문제 부부’가 등장해 온라인을 장악한다.

비슷한 방식의 프로그램 JTBC ‘이혼숙려캠프’도 지난 15일부터 방송을 시작했다. 올해 초 파일럿 형태로 ‘이혼숙려캠프:새로고침’으로 출범했던 이 프로그램은 메인 MC 서장훈에 배우 박하선과 진태현이 ‘조교’ 위치로 투입돼 숙려캠프에 입소한 여러 쌍의 부부들을 살피고 조언한다.

TV조선 예능 ‘이제 혼자다’ 주요 장면. 사진 TV조선 방송화면 캡쳐



‘오은영리포트’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전문가의 치료보다는 조교나 ‘소장’ 서장훈의 조언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배우라는 조교들의 위치를 살려 절묘한 연기력을 통한 ‘거울치료’를 노리는 역할극도 프로그램의 재미다.

멀쩡한 부부의 이혼을 유도하는 예능도 있다. 18일 첫 방송 된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은 마치 ‘가상사망체험’처럼 스타 부부들에게 ‘가상의 이혼’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모습을 담는다. 연예인 출연자와 함께 법조인들이 돕는다.

이 프로그램은 누구나 가진 부부간의 소소한 갈등도 이혼이라는 큰 시련 앞에서는 얼마든지 봉합할 수 있다는 역설적인 교훈을 안긴다. ‘가상 결혼’도 있고 ‘가상 사망’도 있었지만, 이제 ‘가상 이혼’이 안방에 들어왔다.

MBN 예능 ‘돌싱글즈’ 포스터. 사진 MBN



TV조선의 ‘이제 혼자다’ 역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지만, 실제 이혼을 겪고 난 사람들의 이후를 담는다. 실제 이혼으로 매체를 달궜던 스타 부부 중 한 사람이 이혼 이후 삶에 적응하면서, 특히 자녀들과의 관계를 만들고 새로운 삶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다뤘다.

이밖에도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도 ‘이혼’이라는 소재는 낯설지 않다. MBN에서 방송되는 ‘돌싱글즈’는 MBN 예능 중 가장 탄탄한 시청 층을 자랑해 곧 여섯 번째 시즌 방송을 앞두고 있다.

ENA와 SBS플러스에서 공동제작하는 ‘나는 SOLO’에서도 ‘돌싱’은 인기 소재다. 2022년 8월 1차 돌싱특집을 방송한 후 인기를 얻자 지난해 7월 2차 돌싱특집을 방송했다. 지난 14일부터는 경남 통영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3차 돌싱특집이 방송 중이다.

ENA-SBS플러스 예능 ‘나는 SOLO’ 3차 돌싱특집 주요 장면. 사진 ENA-SBS플러스 방송화면 캡쳐



결혼커플의 절반이 이혼하는 시대, 물론 ‘이혼’이라는 과정이 과거처럼 흠이 되거나 사회적 지탄을 받는 분위기는 끝났다. 오히려 이 과정을 통해 가족보다는 개인의 삶이 중시되는 분위기로 나아가는 지표를 드러낸다.

하지만 이 과정이 방송으로 윤색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와 자극적인 연출은, 또 하나의 방송 소재로서만 이혼이 소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동시에 보여준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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