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양당 모두 ‘북 비핵화’ 사라져…윤 정부 ‘대북 강경’ 수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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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의 새 정강 개정안에서 기존 정강에 들어 있던 '북한 비핵화 목표'가 사라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주요 업적으로 강조하는 '한·미·일 3국 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2020년 정강에 있었던 "우리는 (북한) 비핵화라는 장기적(longer-term)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이고 협력적인 외교 캠페인을 구축할 것"이라는 문구는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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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의 새 정강 개정안에서 기존 정강에 들어 있던 ‘북한 비핵화 목표’가 사라졌다.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가 19일(현지시각) 공개한 2024년 정강 개정안의 한반도 관련 부분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국들과 더불어, 복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이 부과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해왔다”며 “한·일과의 3국 협력 강화를 통해 한반도와 그 너머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주요 업적으로 강조하는 ‘한·미·일 3국 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2020년 정강에 있었던 “우리는 (북한) 비핵화라는 장기적(longer-term)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이고 협력적인 외교 캠페인을 구축할 것”이라는 문구는 빠졌다. 이번 강령은 미국 민주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시카고에서 열린 전당대회 개막일에 맞춰 공개됐다.
앞서 지난 7월 발표된 미국 공화당 정강에선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물론 한반도와 북한에 대한 언급 자체가 아예 사라졌다. 2016년과 2020년 미국 공화당 정강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라는 매우 강경한 북핵 해결 원칙을 담고 있었던 것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다.
미국 민주당 강령에서 ‘비핵화’ 언급이 사라진 것에 대해, 정부는 일단 미국의 ‘비핵화 목표’가 달라진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미국이 실제 정책에서 북핵과 관련해 ‘비핵화 목표’를 지운다면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상황이 되어 한국에는 큰 파문이 일게 되기 때문이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며 “(미국)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미측과 대북, 북핵 정책과 관련해서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 내에서 북한 비핵화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현실론이 확산돼 차기 행정부의 정책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 경우 그동안 북한과 강경 일변도로 충돌하는 정책에 집중해온 윤석열 정부에는 감당하기 힘든 후폭풍이 될 수 있다.
조성렬 경남대 군사학과 초빙교수(전 오사카 총영사)는 “미국 내에서 민주, 공화당을 막론하고 북한의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는 현실론이 확산되면서 비핵화보다는 ‘관리’쪽으로 초점이 옮겨가는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 북한 비핵화 등 ‘불필요한 일’에 국력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큰 흐름은 되돌리기 어려워졌다”며 “다만 민주당 정부가 재집권 하면 ‘동맹 중시’ 입장 때문에 한국의 입장을 반영하고 설득하는 모양새를 취할 것이고, 트럼프는 한국과 상의 없이 일방적, 강압적으로 미국을 때릴 수 있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제거하는 대신 주한미군 감축·한미 훈련 중단과 맞바꾸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북핵 정책이 ‘비핵화’에서 ‘핵 군축 협상’으로 바뀐다면, 윤석열 정부의 강경한 대북 입장과의 괴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광복절 경축사 등에서 ‘남북 대화 협의체’를 제의하는 등 갑작스러운 ‘대화 제스처’를 보인 것도 미국의 이런 상황 변화를 고려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3월 백악관 국가안보실의 미라 랩후퍼 선임보좌관도 비핵화 목표는 유지하돼 북한과 중간 단계(interim steps)협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점점 위협적이 되면서, 단기간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는 게 현실적이지 않으니 한·미가 북한과 군비통제와 신뢰구축 등 위협 감소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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