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현장] 총리 해임에 정당 해산…태국에 무슨 일이?
[앵커]
'관광 대국' 태국의 정치권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의회에서 의석수가 가장 많은 정당이 해산되고, 현직 총리도 해임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데, 방콕으로 가 봅니다.
정윤섭 특파원, 긴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 정당 해산부터 짚어볼까요?
[기자]
네, 지난 7일 태국 헌법재판소의 결정인데요.
태국의 전진당에 대해 재판관 9명 만장일치로 해산을 결정했습니다.
이유는 이 정당이 추진하고 있는 '왕실모독죄' 개정 추진이 국가 체제를 전복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태국은 국왕이 있는 나랍니다.
그래서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국왕과 왕가에 비판적인 발언이나 행위를 하면 최고 징역 15년에 처할 수 있도록 형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지난해 5월 총선 당시 전진당이 이 조항 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이게 정당 해산의 이유가 된 겁니다.
[앵커]
그런데, 해산된 정당이 태국 의회에서 제1당이었다는 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진당은 이 왕실모독죄 개정 공약 등으로 지난 총선에서 제1당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수도 방콕의 선거구 33곳 가운데 32곳을 가져갈 정도였으니까요.
이 당을 이끌던 피타 림짜른랏 당시 대표도 태국의 오바마로 불리며 엄청난 인기를 몰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선거 이후 보수 진영 견제로 총리가 되지 못했는데, 이번 헌재 결정으로 지도부 10명과 함께, 앞으로 10년간 정치 활동도 금지된 겁니다.
[앵커]
자, 그런데 정당 해산 1주일 만에, 이번엔 태국 총리가 해임됐어요?
[기자]
네, 역시 헌법재판소 결정이었습니다.
지난 14일 헌재가 재판관 9명 가운데 5명의 찬성으로 세타 타위신 총리를 해임한 겁니다.
앞서 전해드린 피타 전 전진당 대표의 총리 선출이 불발된 직후, 보수 진영의 추천으로 총리에 오른 인물인데, 과거 뇌물 혐의로 처벌받은 인물을 장관으로 임명한 게 헌법에 어긋난다는 이유였습니다.
[앵커]
해산된 정당은 진보 진영, 해임된 총리는 보수 진영, 헌재 결정으로 보수, 진보 양대 진영이 정치적 타격을 입은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뭔가 복잡해 보이는 이 태국 정치권, 이번에 새로 선출된 신임 총리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임된 세타 전 총리를 배출한 여권의 집권당 프아타이당을 이끌던 패통탄 친나왓이라는 올해 37살의 젊은 여성 정치인입니다.
예전에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 탁신 전 총리의 딸입니다.
자, 이 탁신 전 총리는 과거 친서민 정책으로 인기가 많았었는데, 부패 혐의로 2008년부터 해외 도피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8월 15년 만에 돌아온 인물입니다.
[앵커]
부패 혐의를 받는 전 총리의 딸이 총리가 됐다, 아버지에게 뭔가 유리한 상황들이네요?
[기자]
그렇게밖에 볼 수 없죠.
실제로, 지난해 8월 탁신 전 총리가 귀국한 날이 딸이 이끌던 정당에서 총리가 선출된 날입니다.
당시 이미 뭔가 유리한 상황이라서 귀국한 거라는 분석이 나왔었는데, 실제로 귀국 직후 이어진 재판에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은 후 곧바로 태국 국왕이 징역 1년으로 감형해줬습니다.
이마저도 주로 병원에 있다가 지난 2월 가석방됐고요.
이번에 딸 패통탄이 총리로 선출된 다음 날 국왕의 사면 명단에 올랐습니다.
[앵커]
태국 정치권이 탁신 전 총리 중심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네요?
[기자]
네, 신임 총리가 된 딸이 아직 젊은 만큼, 탁신 전 총리가 '상왕' 노릇을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지적들이 이곳 매체에서도 나오고 있는데, 탁신 전 총리나 패통탄 신임 총리나, 조언은 주고받겠다, 이런 입장입니다.
태국 정치권, 혼란 속에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긴 한데, 결국 승자는 탁신 전 총리다, 이런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방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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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섭 기자 (bird2777@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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