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반국가세력이 암약” 야권 저격…2차 영수회담 물건너가나
색깔론 논쟁 격화하면서 야권 즉각 반발
축하난 진실 공방·탄핵 남발에 ‘불편한 관계’
李, 영수회담 제안에도 대통령실 “입장 없어”
[이데일리 김기덕 박종화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8·15 광복절 이후로 ‘반국가세력’이라는 다소 수위 높은 단어를 잇따라 언급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윤 정부에서 뉴라이트 계열의 인사들을 임명하면서 불붙은 ‘1948년 건국절 제정 논란’을 확산시키는 야권을 공개 저격하고, 집토끼인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이런 발언이 결국 색깔 논쟁으로 격화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2차 영수 회담 등 거대 야당과의 협치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념 논쟁 격화…사실상 야권 노린 듯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을지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暗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엔 “국민을 현혹하는 자유주의 질서를 부수는 세력은 반국가세력, 반통일세력”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은 반국가세력은 사회를 분열시키거나 헌법을 위협하는 세력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국가세력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22년 10월 여당 원외당협위원장 초청에서 처음으로 이 단어를 사용한 이후 지난해에는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기념식, 광복절·을지 국무회의, 국립외교원 60주념 기념식 등에서 이를 꺼냈다. 올 들어서는 3월 천안함 폭침일에서 재차 언급했다. 다만 사용목적은 조금 다르다. 그동안 대북 핵무기 억제와 한미일 삼각공조 등 대외적 안보 강화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썼다면, 이번엔 갈수록 양극화되는 사회 분열을 극복하는 수단이자 거대 야당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보통 야권에서 이념 논쟁을 꺼내면 대통령이 민생을 얘기하면서 국정운영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그림인데 오히려 거꾸로 가는 모습”이라며 “측근 인사를 통해 인(人)의 장막에 둘러싸인데다 국민들의 반감이 갈수록 커지면서 낮은 지지율을 보이면서 지지층을 결집을 위해 이념 논쟁을 꺼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탄핵 공방에 축하난 진실공방도…2차 영수회담 난망
문제는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안 그래도 꽉 막힌 대야관계가 더 풀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당장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2차 영수회담 성사 가능성도 낮아졌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8일 당대표로 연임된 뒤 첫 일성으로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아직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극단적인 여소야대 상황에서 꽉 막힌 정국을 풀고 윤 정부 후반기 국정 운영을 추진하려면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만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오히려 대통령실에서 영수회담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4월에 아무런 소득 없이 첫 영수회담을 진행한 전례가 있는데다 야권의 탄핵·청문회 등으로 대통령실과 불편한 관계가 계속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차 영수회담이 사실상 첫 만남에 의의를 뒀다면 이번에는 반드시 의미있는 성과를 도출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축하 난 전달과 관련해서도 신경전을 벌일 정도로 사이가 틀어져 있다. 전날 대통령실은 이 대표에게 윤 대통령의 당선 축하 난을 전달하고자 민주당 측에 연락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축하 난 전달과 관련해서는 어떤 대화도 나눈 바 없다”고 밝혀 양측 간 대화 유무가 ‘진실 공방’ 양상으로 번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주당이 (대통령 축하 난을) 받지 않겠다는 뜻 아닌가”라며 “억지스럽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상식적이지도 않고, 대통령 축하는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김기덕 (kidu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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