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 하나 못 쳤지만…찬란했던 18세 소녀의 ‘고교야구’ 도전기 [SS 인터뷰]
[스포츠서울 | 황혜정 기자] “정말 준비를 많이했어요.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토록 바라왔지만, 끝내 안타 하나를 때려내지 못했다. 그래도 열심히 했다고, 잘 버텼다고 스스로를 다잡았지만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은 어쩔 수 없었다.
그간 숱하게 들어온 ‘여자가 무슨 야구를 해’ 같은 터무니 없는 악플을 읽고 상처를 받았지만, 그라운드 위에서 증명해내고 싶었다. 구속이 느려도, 파워가 부족해도, 야구는 언제나 힘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믿기 때문이다.
국내에 여학생을 위한 고교야구팀과 실업팀, 프로리그가 없는 현실 속에서 18세 소녀는 야구를 더 잘하고 싶어 남학생들과 함께 뛰는 것을 택했다.
지난해 열린 제51회 봉황대기를 시작으로, 올해 열린 2024 신세계이마트배전국고교야구대회, 제78회 황금사자기, 그리고 제52회 봉황대기에 출전했다. 중간중간엔 고교야구 주말리그에도 나섰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고교야구 무대 고별전에선 선발등판 영광을 얻었다. 1999년 안향미(당시 덕수정보고) 이후 고교야구 대회에 나온 두 번째 여성 선수인 손가은(18·나루고3)이 지난 16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3회 봉황대기’ 신일고와 경기에서 화성동탄BC 소속으로 여성으론 25년 만에 전국 고교야구대회 마운드에 섰다.
결과는 뼈아팠다. 4타자를 상대해 사사구 1개, 안타 3개를 허용하고 4실점 조기강판했다. “마운드를 내려오며 많은 생각이 스쳤다”고 한 손가은은 경기 내내 아쉬운 마음을 꾹 참았지만, 결국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펑펑 울고 말았다.
봉황대기 선발등판 후 스포츠서울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손가은은 “정말 준비를 많이했는데, 그저 너무 아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주말리그에선 투수로 준수한 성적을 낸 손가은이다. 손가은의 이번 대회 전까지 투수로 4차례 등판해 4이닝 동안 1자책(평균자책점 2.25)만 기록했다. 사사구는 1개만 내줬고, 삼진은 3개나 솎아냈다.
그래서 이번 봉황대기를 앞두고 기대감이 컸다는 손가은은 “화성동탄BC 이주희 감독님께서 판을 깔아주셨는데, 내가 부진했다. 빠른 공에 익숙한 남학생들의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 일부러 느린 커브를 더 느리게 던지는 훈련을 반복했는데, 그게 잘 통하지 않았다”며 패인을 짚었다.
지난 1년간 고교야구 무대를 누비며 주목을 많이 받았다. 응원도 많이 받았지만, 인신공격성 악플은 더 많이 받았다. ‘1년을 돌아보며 고교야구 무대에서 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냐’는 질문에 손가은은 한숨을 내쉬며 “솔직히 반반이다. 후회가 될 때도 많았다.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는데, 주변에 응원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끝까지 버텼다”고 털어놨다.
손가은을 버티게 만들어준 응원은 바로 “당신을 보고 여자야구 선수가 있다는 걸 알게됐어요”라는 말이었다. 고교야구 도전장을 냈을 당시 손가은은 “여자야구 활성화를 위해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나로 인해 여자야구 선수가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고 했는데, 정말 그 바람이 몇몇 이들에겐 와닿았다.
손가은은 선발등판한 날 “내 또래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내게 와서 ‘응원하고 있다. 정말 멋있다’며 빵을 건네주셨다. 그런 분들을 보며 그래도 버텨내길 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화성동탄BC 선수들과 감독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손가은이 소속된 화성동탄BC는 고교야구 엘리트 야구팀이 아닌 클럽팀이다. 손가은은 “처음 스카우트 제의를 해오시며 함께 뛰자 하신 이주희 감독님을 비롯해, 여학생을 처음 보는데도 거리낌없이 함께 운동해준 소속팀 선후배 동기들에게 너무 고맙다. 옷을 갈아입을 때 등 알게 모르게 정말 배려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제 손가은은 자신에 이어 제3호, 4호 고교 여자야구 선수가 나오길 바란다. 고교야구에서 타자로선 ‘8타수 무안타’로 안타를 뽑아내지 못한 손가은은 “더 많은 여학생들이 자신있게 고교 무대에 도전해, 내가 이루지 못한 안타를 쳐내길 바란다”고 진심으로 바랐다.
이제 다시 한국여자야구연맹(WBAK) 산하 여자사회인야구팀에서만 뛰며 더 큰 미래를 준비한다. 손가은은 “일본 여자야구 실업팀에 진출해 야구를 계속 이어가는 게 꿈”이라고 강조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생각대로 어려운 무대였다. 그럼에도 손가은은 자신과 약속한 1년을 버텨냈다. 그리고 누군간 손가은을 보고 새로운 꿈을 꾼다. 찬란했던 18세 소녀의 고교야구 도전기는 이제 끝났지만, ‘야구선수’ 손가은의 도전기는 지금부터 시작된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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