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이다’ PD, 성폭력처벌법 송치...충돌한 알권리와 사생활 보호[MK이슈]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16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나는 신이다’를 연출한 조성현 PD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조 PD는 다큐멘터리에서 JMS 여성 신도들의 나체가 드러난 영상을 당사자 동의 없이 송출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나는 신이다’의 공익적 목적을 고려하면서도 영리 목적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JMS 신도의 나체가 나온 영상을 당사자 동의 없이 배포한 것에 대해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 문제가 된 장면은?
지난해 3월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은 대한민국 현대사 속 ‘메시아’들과 이들 뒤에 숨은 사건과 사람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다. 총 8부작으로 제작된 ‘나는 신이다’는 정명석의 JMS, 박순자의 오대양, 김기순의 아가동산, 이재록의 만민중앙교회를 조명했다.
경찰이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는 장면은 ‘나는 신이다’ JMS 편에 나오는 욕조 장면이다. 문제의 장면에서 옷을 전부 벗은 여성들은 욕조에 앉아 “주님(정명석 총재) 피곤하시죠. 우리와 함께 반신욕해요”라고 한다.
이 영상은 ‘나는 신이다’를 통해 처음 공개된 것은 아니다. 공개 당시 조 PD는 “나체 욕조 장면에 불편함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동영상은 처음 나온게 아니다.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과거에도) 여러번 나왔었다. 처음엔 (JMS 측에서) 어떻게 나왔냐하면 ‘몸 파는 여자들이 돈을 받고 의도적으로 만들었다’고 했었다. 이후 그 영상을 내부자가 찍었다는걸 (JMS가 실수로) 공개해버린 일이 있다. 그 이후엔 ‘저건 비키니 수영복 입고 찍은 동영상’이라고 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으면 내부 사람들에게 또다른 방어를 할거라고 생각한다. 어떤식으로든 명백하게 보여주는 것. 그렇게 했을때 한 명, 두 명이라도 사실을 자각하고 나오는 사람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다”며 “그 장면들을 보고 선정적이라고 생각한 분들이 계신가. 이 영상을 받은 정명석은 선정적이라고 느꼈을 수 있지만, 보통의 감성을 가진 사람들은 참담함을 느낄거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검찰 송치 사실이 알려진 뒤인 오늘(20일) 조 PD는 공식입장을 내고 “얼굴에 높은 수준의 모자이크가 적용되어 있다”면서 “JMS는 해당 영상이 날조됐다고 작품 공개 이전부터 끊임없이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저는 사이비 종교의 비정상성을 고발하는 공익적인 목적과 사실성을 위해 신체에 대한 모자이크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다시 한번 해당 장면을 공개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JMS 사건을 조명한 PD인 저를 성범죄자로, ‘나는 신이다’는 음란물로 낙인찍었다. 이 주장대로라면, 정부가 음란물에 대통령상을 표창했다는 뜻이 되며, 대한민국 검찰과 법원이 음란물을 증거로 활용하고 공개를 허락했다는 뜻이 된다”며 “마포경찰서의 판단으로 인해 제가 처한 현 상황을 생각하면 매우 참담하다”고 힘든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 영상물등급위원회, 법원 판단 끝난 ‘나는 신이다’
‘나는 신이다’는 이미 공개 전 국가 기관의 심의를 거친 작품이다.
먼저 공개 전에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심의를 받았다. 현재 넷플릭스는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로 지정돼 콘텐츠 시청 등급을 자체 지정하고 있다. 자체등급분류 사업제도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비롯한 온라인 비디오물 사업자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사전 등급 분류를 거치지 않고 스스로 콘텐츠 시청 등급을 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2023년 5월 영등위가 넷플릭스를 비롯해 디즈니플러스, 애플TV, 왓챠, 웨이브, 쿠팡플레이, 티빙 등 7개 OTT를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지정했다.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로 지정되기 이전인 지난해 3월 공개된 ‘나는 신이다’는 영등위 심의를 거쳤다. 영등위는 콘텐츠를 확인한 뒤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약물, 모방위험 등을 기준으로 전체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매긴다. ‘나는 신이다’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고 공개됐다.
이뿐 아니라 법원의 판단도 있었다. JMS 측은 지난해 3월, ‘나는 신이다’ 제작사인 MBC를 상대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서울서부지법은 이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MBC와 넷플릭스는 상당한 분량의 객관적·주관적 자료를 수집해 이를 근거로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JMS 측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프로그램 중 JMS와 관련된 주요 내용이 진실이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또 “JMS 교주는 과거에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실이 있는 공적 인물”이라며 “프로그램 내용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프로그램의 공익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JMS 뿐 아니라 아가동산 측도 ‘나는 신이다’에 대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
# 알 권리 VS 사생활 보호, 무게 추는 어디에?
폭로 대상자에게 고소, 고발을 당하는 것은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만드는 콘텐츠 제작자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잦은 일이다. 일반적으로 프로그램에 대해 반발하는 이들이 있는 경우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과 손해배상 신청 등 민사 소송으로 이어진다. ‘나는 신이다’의 경우 경찰이 조 PD에게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 검찰에 송치한 형사 사건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형사 사건으로 검찰에 송치된 것 자체가 언론의 취재권을 위축시키는 판단이 될 수 있다.
‘나는 신이다’는 제작 의도부터 공익성을 내포하고 있다. 조 PD는 프로그램 공개 당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이비 종교 신자들을 탈교시키기 위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조 PD는 20일 낸 공식입장에서도 “‘나는 신이다’ 공개 이후, JMS 전체 신도의 절반이 탈퇴했고, 정명석은 더이상 추가 성범죄를 저지를 수 없게 구속됐다. 대한민국 사회는 사이비 종교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됐다. 정말로 세상이 나아진 셈”이라며 ‘나는 신이다’의 성과를 알리기도 했다.
다큐 공개 후 JMS 정명석 총재의 이야기가 사회적 공분을 유발했던 것과 조 PD의 말처럼, 프로그램이 의도했던 대로 신도 수가 급감한 것 모두 프로그램에 공익성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것 역시 법원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공익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중요하다. 보호받아야 하는 기본권 중 하나다. 국민의 알 권리 역시 사생활 보호와 더불어 보호받아야 할 주요 권리 중 하나다. 이번 사건에서 알 권리와 사생활 보호라는 두 가지 권리가 충돌했다. 방송법 제 6조 4항에는 ‘방송은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보호·신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언론은 국민들이 알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공적 정보를 보도하는 사회적 책임을 진다. 매 사건 경중을 따지며 공익과 피해를 입을 사익 중 어느 쪽이 더욱 중요한지 저울질해야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나는 신이다’가 다룬 사건들은 종결된 사안들이 아니다. 피해자가 있고 심지어 피해자가 계속 양산되고 있는 사회 ‘현안’이다.
조 PD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경찰 관계자가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침해받은 사인의 이익이 다큐멘터리의 공익보다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더라. 그대로 뒀으면 피해자들이 계속 발생했을텐데 얼마나 더 많은 여성들이 당해야 했나. JMS 안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나는 신이다’ 공개 이후) 빠져 나왔는데 그들이 살 새로운 삶은 (그 이익은 어떤가)”라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나 특수관계인이 아닌 이상 그 영상을 보고 그 영상 속 사람이 본인이라는 걸 알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경찰의 ‘침해받은 사익이 더 크다’는 말은 무슨 생각으로 한 것인지 모르겠다. 납득할 수 없다. 사익과 공익에 대한 판단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인으로 부끄러운 판단을 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편집하던 순간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같은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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