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發' K셀러 쟁탈전...역직구 시장 중국에 뺏길라
티몬과 위메프(이하 티메프) 사태로 해외시장에 직접 한국의 뷰티상품이나 식품 등을 판매하던 해외직접판매(역직구) 판매자들이 갈 곳을 잃었다. 동남아와 한국, 미국, 중국을 잇는 글로벌 역직구 플랫폼을 자처하던 큐텐 그룹이 와해될 위기에 처하면서다.
새로운 둥지를 찾아야 할 셀러들의 필요성과 이들을 유치하려는 이커머스의 수요가 맞아떨어지면서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역직구 셀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G마켓을 비롯한 국내 이커머스는 물론 이베이와 알리바바 등 해외 이커머스까지 가세하고 있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소매판매액 중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6.8%. 지난해 말 25.4%, 2022년 27.3%, 2021년 27.5%를 차지하는 등 이 비중은 수년째 20%대 중반에 머물러 있다. 시장이 더 이상 커지지 않고 수년째 정체된 상태라는 의미다.
시장은 커지지 않는 상황에서 플랫폼과 판매자(셀러)들만 늘어나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졌고 이커머스 플랫폼과 판매자들 모두 최저가 출혈경쟁을 수년간 지속해왔다.
이 때문에 일부 셀러들은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다. 초기에는 아마존 등 해외 이커머스 플랫폼을 활용하는 일부 셀러들만 역직구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몇년 전부터는 G마켓과 큐텐 등 국내 이커머스가 역직구 사업을 시작하면서 국내 셀러들의 역직구 사업 진출 기회가 커졌다. 그중 큐텐은 큐텐 자체 플랫폼뿐 아니라 티몬과 위메프를 중심으로 국내 판매자들에게 국내 판매와 해외 판매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을 길을 열어줬다.
하지만 티메프 사태 이후 큐텐을 중심으로 역직구 사업을 하던 셀러들은 사업 터전을 잃을 위기다. 큐텐은 여전히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글로벌 크로스보더 플랫폼 사업을 하고 있지만 언제 큐텐그룹이 해체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K셀러들은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생기자 국내외 이커머스가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최근 한류열풍과 맞물려 해외 시장에서 한국 문화와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이를 판매하는 셀러를 유치하려는 이커머스의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가장 발 빠르게 나섰다. 중국의 알리바바 그룹은 지난 8일 기업간거래(B2B) 플랫폼 알립바바닷컴 한국 기업 전용 웹사이트 '한국 파빌리온'을 오픈했다. 알리바바닷컴이 특정 국가 전용 웹사이트를 오픈한 것은 아시아에서 한국이 처음이다.
파빌리온은 셀러들이 4800만명이 넘는 글로벌 바이어들에게 한국 상품을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이다. 알리바바닷컴은 한국 셀러의 입점 문턱을 낮추기 위해 입점비용을 기존 알리바바닷컴 플랫폼 입점비용 대비 4% 수준으로 낮췄다. 가입 후 3개월간 트래픽을 지원하고 인공지능(AI) 도구 지원·대량 업로드 기능 제공 등 다양한 지원책을 함께 내놨다.
알리바바 그룹은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직접 진출해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동시에 알리바바닷컴을 통해 한국 셀러와 상품을 유치해 역직구 시장까지 공략하고 나선 셈이다.
동남아 최대 이커머스 업체인 쇼피(shopee)도 K셀러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쇼피는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입점교육을 실시한다. 소상공인의 해외 온라인 판로개척을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쇼피를 통한 동남아 이커머스 진출을 위한 기초 입점 내용을 다룰 예정이다. 계정 생성부터 샵 오픈, 기초 세팅, 상품 등록, 마케팅 툴 활용까지 3주내 판매시작을 목표로 삼고 있다.
쇼피는 한국 셀러들의 상품을 모아 공동으로 선적해 현지로 보내는 '콘솔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이 경우 셀러들이 각자 상품을 해외로 보내는 것보다 배송비용이 최대 80% 낮아진다.
이베이도 다음달 4일 K셀러 모집을 위한 웨비나(웹 세미나)를 개최한다. 웨비나에서는 '두 번째 월급 버는 20년 차 노하우 공개'를 주제로 이베이를 활용한 역직구 노하우를 소개한다.이베이는 정산주기도 티메프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베이 관계자는 "강달러, 치열한 국내 이커머스 시장과 역직구에 대한 관심이 맞물려 글로벌 시장 진출에 관심을 보이는 'K셀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구매확정 없이 최단 1영업일 내 정산이 가능한 시스템인 만큼 안전한 해외판매를 모색하는 셀러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이커머스 가운데에는 영문·중문 역직구 플랫폼 글로벌숍을 운영중인 G마켓이 가장 적극적이다. G마켓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지원을 받아 큐텐에서 활동해 온 해외 직접판매 셀러를 입점시키고 싶다는 뜻을 공단에 전했다. 이들은 큐텐을 중심으로 화장품, 식품 등을 해외에 직접 판매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에서 활동하던 해외 셀러들을 유치해 역직구 역량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일각에서는 역직구 주도권을 해외 기업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상품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매개해줄 역직구 플랫폼은 제대로 없는 상황"이라며 "이대로라면 역직구 시장 주도권을 중국 등 해외기업에 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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