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수사 외압’ 증인 둘 중 하나는 위증··· “용산 언급해” vs “사실무근”

채민석 기자 2024. 8. 2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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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관 마약 수사외압 국회 청문회]
당시 영등포서장 "용산 외압 없어"
"누가 브리핑 후에 압수수색 하나"
'대통령실 개입 의혹'에 전면 반박
당시 경찰 수뇌부들도 의혹 부인해
[서울경제]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세관 연루 마약 밀반입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찬수 대통령비서실 지방시대비서관실 행정관(전 영등포서장)이 신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한 국회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사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경찰 간부와 압력 행사 당사자로 지목된 총경급 간부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는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청문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지난해 9월 ‘세관 직원들의 마약 밀수 연루 사건’을 수사하고 있던 백해룡 경정(당시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에게 ‘용산’을 언급하며 수사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김찬수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실 행정관(당시 영등포경찰서장)의 입에 이목이 집중됐다.

김 행정관은 영등포 경찰서장으로 근무하던 지난해 9월 22일 밤 당시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이자 해당 사건을 수사하던 백 경정에게 전화를 걸어 “용산에서 사건 내용을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수사 브리핑을 연기하라고 지시하는 등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의혹은 지난달 29일 진행된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백 경정이 제기하며 불거졌다.

이날 김 행정관은 청문회 초반부터 야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를 받았다. 김 행정관은 “용산이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질의에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다. 김 행정관은 “브리핑 이후 세관 압수수색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보고가 들어왔는데, 어느 지휘관이 브리핑을 한 다음에 압수수색을 하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국내 마약 총책 검거 전까지 브리핑을 유예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청장에게 수사성과를 직보하고 칭찬까지 받았던 김 전 서장이 돌연 용산을 언급하며 브리핑 연기를 실시했다”고 지적하며 용산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김 행정관은 “이 건과 관련해 대통령실에 보고한 내용이 전혀 없다”라며 “만약 대통령실의 외압이나 부탁을 받았다면 소위 말해 브리핑 연기 지시 뿐 아니라 형사2과장을 발령시키고 압수수색도 못하게 하는 등 모든 걸 깔끔하게 처리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백 경정은 “지난해 9월 20일 (김 행정관이) '용산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분명히 말했냐"는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맞다”라며 "사건을 수사하다 뜬금없이 용산 얘기를 들었는데 일반적인 얘기냐”라고 말했다. 한 의원은 김 행정관에게 “용산 증언을 하지 않았냐”고 하자 김 행정관은 “안 했다”고 답했다. 이에 “한 의원은 “둘 중 한 명이 위증을 하는 것이냐. 거짓말을 하는 자가 범인이냐”고 지적하자 김 행정관은 “그렇다”고 말했다.

당시 경찰청 수뇌부였던 인물들도 용산 개입 의혹을 전면 반박했다. 당시 서울청 생활안전부장으로 재직하던 중 백 경정에게 전화를 해 보도자료에서 관세청 내용을 제외하라고 말한 의혹을 받는 조병노 경무관(현 전남경찰청 생활안전부장) 역시 용산으로부터 수사와 관련해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서울청 폭력계장이었던 최형욱 경정과 서울청 형사과장이었던 강상문 총경 또한 “수사 대상을 수사한다고 보도자료를 내면 도망가라는 이야기”라며 김 행정관의 증언을 지지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또한 '수사 브리핑이 연기되고 관세청이 브리핑에서 제외된 게 정상적으로 보기 어렵지 않냐'는 지적에 "정당한 지시”라고 못박았다.

한편, 이날 행안위는 윤희근 전 경찰청장, 조지호 경찰청장, 고광효 관세청장,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백해룡 경정, 조병노 전남경찰청 생활안전부장(경무관) 등 28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다만, 조 경무관에 대해 인사 개입을 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호 전 블랙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은 조지호 경찰청장 인사청문회에 이어 재차 불출석 사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윤 전 청장 또한 해당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지휘나 감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이들을 포함해 총 7명이 청문회에 불참했다.

김 행정관과 백 경정, 조 경무관 등은 이날 오전부터 청문회에 참석했으며, 조 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고 청장 등 3명은 을지훈련 참석을 이유로 이날 오후에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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