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법’ 스텝 꼬이는 국힘…野 압박에 한동훈의 선택은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2024. 8. 2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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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26일까지 제삼자 특검 발의하라”
“논의 중”이라는 與, 내부선 ‘골머리’
기존 당론은 ‘반대’…韓에 시선 집중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왼쪽)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제삼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을 오는 26일까지 도입하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압박에 국민의힘이 애써 난색을 숨기고 있다. 방식에 상관없이 그간 특검 자체에 반대해왔는데 한동훈 대표의 제안으로 당론이 뒤집힐 수 있단 전망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어서다.

‘이재명 2기’ 첫날인 지난 19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 대표를 향해 조건이나 단서 없이 일주일 안에 자신이 제안했던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하라고 촉구했다.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경선 때 한 대표가 제안했던 제삼자 추천 특검법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한 대표는 당 대표 선거를 할 때는 제삼자 추천 특검을 해야 한다더니, 당선된 뒤에는 발을 뺐다. 이제 다시 추가 조건을 덧붙이며 갈팡질팡하는 태도가 안쓰럽다”며 “이게 한 대표의 화법인가”라고 따졌다.

그가 언급한 ‘추가 조건’은 민주당이 제삼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겠다고 처음 밝힌 지난 16일 한 대표가 “최근 드러난 소위 제보공작 의혹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등 당 내외 의견을 반영하여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한 부분이다.

지난해 7월 22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체육관인 ‘김대식관’에서 열린 고(故) 채모 상병 영결식에서 영현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에 한 대표는 “민주당은 한 손으로는 훨씬 위헌성이 강한 법안을 내놓고, 한 손으로는 제가 낸 대법원장 (추천) 특검을 받는다고도 했다”며 “그 진의가 뭔지 여러 생각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뜬금없이 시한을 거는 것은 본인들 입장과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응수했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경북 예천군에서 집중호우로 실종자가 발생, 국방부가 수색 작전을 진행하던 중 해병대원 채 모 일병(순직 후 상병으로 추서)이 급류에 휩쓸려 숨진 사건과 관련해 순직 해병 수사 방해와 사건 은폐 등의 행위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는 게 골자다.

여야는 제21대 국회에서부터 채상병 특검법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해오다가 지난 6월 23일 전환점을 맞았다. 당 대표직 출마를 선언한 한동훈 당시 후보가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대통령도 아닌 공정한 결정을 담보할 수 있는 대법원장 같은 제삼자가 특검을 골라야 한다”고 선언하면서다.

전례 없는 제안이었지만, 국민의힘 안팎의 반대 기류는 거셌다. 그와 당 대표직을 놓고 경쟁했던 원희룡 당시 후보는 “금식이 당론인 우리 당에다가 메뉴를 자꾸 내놓으라고 하는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야권이 수사를 특검의 형태로 진행하려는 건 대통령 탄핵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함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수사보다는 정쟁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판단에서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줄곧 ‘반대’를 고수해왔다. 그러나 전당대회 후 한 대표가 사령탑에 오르게 되면서 특검법에 계속 반대할 수도, 다시 찬성하기도 난감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지난 6월 29일 오후 서울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인근에서 열린 해병대 예비역연대 주최 ‘해병대원 순직 및 수사외압 사건 특검법, 국정조사 촉구 범국민 집회’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한 대표를 주축으로 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현재 ‘당내 논의 단계’라는 입장이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당내에서도 의견들이 다양하게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의견들에 대해서 (한 대표가) 이때까지 이야기를 해왔고 또 앞으로도 그런 이야기를 계속해 나갈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제삼자 추천 방식을 포함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의원 중 다수가 여전히 반대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또 다른 당권 경쟁자였던 윤상현 의원도 전날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당론을 무시할 수 없다”며 재차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결국 당내 비토 여론, 또 한 대표가 이를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일 전망이다. 한 대표가 여야를 모두 만족시킬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할지 역시 정치권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아무쪼록 무엇보다도 공수처 수사 결과가 빨리 나와야 할 것”이라며 “지금 민주당의 제안을 덥석 받을 순 없는데, 또 거부한다면 한 대표가 자가당착에 빠지는 그림이 되지 않겠나. 참 어려운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정계 관계자는 “민주당이 제한 시간을 제시했다고 해서 한 대표가 꼭 그에 맞춰 움직일 필요는 없다”며 “(한 대표가)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라도 스스로 가장 확신이 드는 안을, 가장 확신이 드는 때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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