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인 플레이메이커’ 손흥민, 팬들은 골잡이 쏘니가 보고 싶다

박효재 기자 2024. 8. 2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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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공격수 손흥민이 20일 영국 레스터의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스터 시티와의 EPL 2024~2025시즌 개막전 경기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토트넘 팬들이 사랑하던 골잡이 손흥민의 모습이 사라졌다. 손흥민은 20일 레스터 시티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24~2025시즌 개막전 원정 경기 선발로 나서서 89분을 뛰면서 단 한 번 슈팅을 날렸다. 이마저도 상대 수비에 막혀 골문 근처에 가지도 못했다.

손흥민이 이날 왼쪽 윙어로 나서 동료들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는 역할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드리블은 7번 시도해 4번 성공했고, 공격자원으로선 높은 87% 패스 성공률에 키패스도 2번이나 기록하는 등 측면의 플레이메이커로서 제 역할을 다했다. 하지만 슈팅에 장점이 있는 손흥민의 이타적인 모습에 토트넘 공격의 위협적인 면모는 떨어졌다. 손흥민의 골잡이 본능을 살려줄 새 판짜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경기에서는 오히려 왼쪽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제임스 매디슨에게 슈팅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생겼다. 토트넘은 왼쪽 측면에서 팀 전체 공격의 절반 이상을 풀어나갔다. 볼 점유율도 71%로 전반적으로 경기를 지배했지만, 날카로운 슈팅이 사라지면서 공격의 파괴력은 떨어졌다.

손흥민의 측면 배치는 플레이메이커로서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고 팀의 득점원을 다양하게 하려는 시도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지난 시즌에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했던 매디슨을 3미들의 왼쪽에 세운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뤄졌다. 왼쪽 사이드백 데스티니 우도기의 활발한 오버래핑이나 박스 안 침투는 지난 시즌 그대로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대신 손흥민이 측면으로 넓게 벌려서 상대 수비수를 끌어내고 그렇게 나온 빈 곳을 다른 선수들이 활용하게끔 틀을 짰다.

경기 초반에는 이 카드가 통하는 것처럼 보였다. 손흥민이 선제골 기점 역할을 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우도기가 상대 진영 깊숙이 파고들고, 손흥민도 같이 측면으로 빠져 돌아가며 상대 수비수 3명이 끌려 나왔다. 손흥민은 경기장 측면과 중앙 사이 하프스페이스로 침투하던 매디슨에게 패스를 내줬고, 매디슨은 상대 수비 방해없이 편하게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침투하던 오른 사이드백 페드로 포로가 헤더하며 먼저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후반 들어서는 상대의 강한 전방 압박과 빠른 역습에 고전했고, 결국 동점 골을 허용하면서 1-1로 비겼다. 일부 선수들의 역량 부족,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적인 고집에 손흥민에게 슈팅 기회 자체가 많이 생기지 않았다.

특히 오른쪽 측면 공격이 살아나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오른쪽 윙어 브레넌 존슨은 이날 슈팅 2개를 기록했지만, 드리블은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하면서 충분히 상대 수비를 흔들어주지 못했다. 존슨이 오른쪽으로 넓게 상대 수비를 끌어내지 못하면서 손흥민이 왼쪽에서 가운데로 치고 들어가 감아차기 슈팅을 하거나 상대 수비와 일대일 싸움을 벌일 수 있는 공간이 나지 않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지역 방어 수비에 대한 고집으로 공격보다 수비 국면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도 손흥민의 공격력을 반감시킨다. 지역 방어 수비는 수비라인을 높이 올리면서도 공수 간격을 좁게 유지하려는 목적이지만 오히려 상대 공격수를 놓치는 장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히 발 빠른 공격수 제이미 바디가 버티고 있는 레스터를 상대로도 지역 방어를 고수한 것은 패착이 됐다. 토트넘은 결국 바디에게 동점 골을 내줬고, 지난 시즌 2부 팀을 상대로 승점 1점을 쌓는 데 그치며 시즌 초반 분위기 살리기에 실패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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