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성장해 돌아갈게요” 약속 지킨 롯데 정현수, 이번에는 사직에서 떨지 않았다
롯데의 홈구장인 사직구장은 ‘지상 최대의 노래방’이라고 불릴만큼 응원의 열기가 뜨거운 곳이다. 응원 소리가 상대팀을 압도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1군 데뷔전을 치른 한 롯데 투수는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부산고-송원대를 졸업한 뒤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3순위로 입단했던 정현수였다.
사실 정현수는 사직구장에 있는 관중보다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던 선수다. 대학교 시절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에서 이름을 알렸다. 야구를 모르는 사람들도 당시 그 프로그램을 본 사람들이라면 정현수 이름을 알 정도였다.
정현수는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지난 4월11일 1군에서의 첫 등판이었던 사직 삼성전에서 첫 타자에게 볼넷을 내주고 바로 강판당했다. 그가 남겨둔 주자는 바로 실점으로 연결됐다. 정현수는 다음날 바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당시 기억을 떠올린 정현수는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니까 내가 생각하던만큼 따라주지 않더라. 긴장을 많이 했고 그게 좋은 결과로 나왔어야 했는데 나 혼자 급했다”고 했다.
다음 등판은 좀 더 나아졌다. 6월23일 키움전에서는 선발로 등판해 2.1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사사구가 5개나 됐다.
그리고 퓨처스리그에서 올스타브레이크를 마주한 정현수는 “내가 좋은 선수로 성장하는 걸 꼭 보여드리고 싶어졌다”라고 했다.
7월에 희망이 보였다. 7월23일 LG전서 0.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그는 이틀 뒤인 LG전에서도 0.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가능성은 보였지만 1군에서 자리잡을 만큼은 아니었다. 그는 7월27일 다시 2군행 통보를 받았고 다시 기회를 잡을 때까지 기다림이 있었다.
그리고 정현수는 지난 18일 1군 복귀전에서 자신의 기량을 증명했다.
이날 선발 투수로 나선 이민석이 2.1이닝 4안타 4볼넷 3실점으로 조기 강판됐고 정현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1사 1·2루에서 등판한 정현수는 첫 타자 변상권을 공 3개로 삼진 처리했다. 결정구는 장기인 커브였다. 다음 타자 원성준을 삼진 아웃으로 돌려세운 정현수는 4회에도 이승원, 김건희를 삼진 아웃으로 잡아냈고 5회에도 1사 3루에서 가장 까다로운 타자 송성문을 헛스윙 삼진으로 유도한 뒤 6회에도 삼진 2개를 추가했다. 이날 3.1이닝 1안타 7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5-4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다음날 경기가 없던 월요일 이민석은 2군행 통보를 받았고 정현수는 1군에 살아남았다. 올시즌 불펜을 정립하는데 내내 어려움을 겪었던 롯데로서는 정현수의 호투가 고민 해결의 실마리였다. 긴장하지 않고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이날 정현수의 투구는 그의 활용도를 더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롯데는 현재 5선발 자리가 비어있다. 정현수는 최근 1군에 등록되기 전 14일 KIA전에서 4.2이닝까지 소화했다. 구단의 징계가 풀린 나균안은 아직 1군에 등판할만한 몸 상태가 아니다.
선발이 아니더라도 정현수가 롱릴리프의 역할을 맡아준다면 롯데로서는 마운드를 운용하기가 더 수월해진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정현수가 롯데팬들에게 설렘을 더하고 있다. 그의 성장드라마가 사직에서 펼쳐진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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