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납치됐던 영조호 어부…재심 통해 반공 혐의 무죄

"전기·물·수면 고문에 없는 죄 인정…잘못된 시대"

북한에 강제 납북을 당했다가 귀환해 간첩죄 처벌을 받은 영조호 납북어부 송 모씨가 무죄를 선고 받은 20일 수사기관에 받았던 가혹 행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4.8.20/뉴스1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북한에 강제로 납치됐다가 귀환한 뒤 갖은 고문을 당해 간첩·반공법 처벌을 받은 70대 어부가 수십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박정훈)는 20일 간첩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형을 받은 송 모씨(78)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송 씨는 지난 1968년 5월쯤 어선 영조호에 어부로 탑승했다가 북한 경비대에 끌려갔다.

6개월 만에 귀환한 그는 반공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유죄판결을, 대법원 상고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당국은 약 6년 뒤 다시 송 씨를 간첩 혐의 등으로 붙잡았다.

6·25 실종 가족을 걱정하는 지인을 안심시키기 위해 송 씨의 아버지가 '아들이 봤는데 잘 지내고 있다더라'고 한 말이 이유가 됐다.

법원은 송 씨가 수사기관에서 자백한 점을 들어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심을 맡은 재판부는 "당시 군 수사기관의 불법 고문과 가혹행위로 인해 나온 피고인의 진술은 법적 증거능력이 없다"며 송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를 선고받은 송 씨는 이날 "북한군이 총을 들이밀며 강제로 납북을 시켰다"며 "죽느냐 사느냐의 불안과 공포 속에서 6개월 만에 겨우 돌아왔는데 우리나라 수사기관은 저에게 고춧가루 물을 먹이고 18일간 수면을 시키지 않는 고문, 전기 고문 등을 자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각종 고문에 수사기관이 물어보는 질문에 '네'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었고 북한군에 끌려간 저를 순식간에 빨갱이, 공산당으로 만들어버렸다"면서 "그런 잘못된 시대였다. 무죄를 선고해 준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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