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위기가 찾아올 때…신간 '철학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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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거울을 보자 오십 대 여자가 서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목구비도, 눈빛도, 표정도 분명 내 얼굴이었지만 내가 아닌 것만 같았다. 내 마음속과 내 머릿속에서 나는 여전히 스무살이지만, 내 모습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가 거울을 보면서, 늙어감을 한탄하며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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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어느 날 거울을 보자 오십 대 여자가 서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목구비도, 눈빛도, 표정도 분명 내 얼굴이었지만 내가 아닌 것만 같았다. 내 마음속과 내 머릿속에서 나는 여전히 스무살이지만, 내 모습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가 거울을 보면서, 늙어감을 한탄하며 쓴 글이다.
젊음이 사라지고 난 뒤에야 우리는 젊음이 그저 인생의 한 시기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그건 대체할 수도, 비교할 수도 없는, 인생에 단 한 번뿐인 시절이다. 프랑스 시인 피에르 드 롱사르는 "인간의 진정한 보석은 푸르른 젊음. 나머지 시간은 겨울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보부아르가 한탄했던 노화는 그런 약동했던 젊음과 멀어지는 일이다. 그리고 늙음은 그렇게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아무런 고통도 없이 은밀히" 찾아온다고 프랑스 철학자 로랑스 드빌레르는 신간 '철학의 쓸모'(피카)에서 말한다.
책은 철학을 통해 인생 전반에 관해 이야기한다. 우정, 사랑, 욕망, 질병, 죽음, 열정, 돈, 직장생활, 대화 등 삶을 직조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저자의 조언을 담았다.
가령 노화에 대해선 삶의 "타성에 젖는 것"이 노화를 가속한다고 경고하면서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냄으로써 노화를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다고 조언하고, '~해야 했는데'라는 후회에 매몰된 삶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선 삶에 희망이라는 동력을 부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저자가 바라보는 삶의 문제들을 나름의 논리로 풀어내는 한편,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라이프니츠, 몽테뉴, 니체, 한나 아렌트 등 수많은 철학자의 말을 적시 적소에 배치했다.
인간관계가 삐걱거릴 때, 질병이 찾아올 때, 고통에 시달릴 때, 의기소침해질 때, 곁에 두고 읽으면 위로가 될 만한 말이 책에 많이 담겼다. 읽다 보면, 생각만 해도 골치 아픈 철학이 때론 쓸모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박효은 옮김. 332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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