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김수철 "건물 대신 '음악 빌딩' 지어…후회 없죠" [N인터뷰]

황미현 기자 2024. 8. 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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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데뷔 46주년…33년 만에 대중음악 앨범 발표
그간 국악 대중화에 매진
가수 김수철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황미현 기자 = "음악할 때 돈 따라가지 않았죠, 만약 따라갔다면 빌딩 한 채 지었을걸요? 그래도 나만의 '음악 빌딩'을 지었잖아요."

데뷔 46주년의 김수철은 '돈 안 되는 음악에 오랜 기간 매진했다'는 일각의 평가에 너털웃음을 지어 보이며 이같이 말했다.

김수철이 만든 노래를 들어보지 않은 세대가 있을까. 하물며 10대들도 김수철이 작곡, 편곡한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 KBS의 시그널송을 들어봤을 것이다. 김수철은 '못다핀 꽃 한송이' '젊은 그대' '내일' '정신차려' '나도야 간다' '왜 모르시나' '내일' '별리' 등 수많은 히트곡은 물론 '날아라 슈퍼보드'의 주제곡 '치키치키 차카차카' '저팔계' '손오공' 등 여러 애니메이션 곡들 및 영화 '고래사냥' '서편제' 등 영화음악까지 만들었다.

지난 1978년 밴드 '작은거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김수철은 어느덧 올해 데뷔 46주년을 맞이했다.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전국적 사랑을 받은 히트곡을 발표했던 그가 지난달 31일 무려 33년 만에 대중 음악 신보 '너는 어디에'를 발표했다.

최근 뉴스1을 찾은 김수철은 "10년 전부터 구상했던 곡들을 담았다"라며 "지난해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했는데, 반응이 엄청났다, 아 되는구나 싶어서 대중 음반을 만들게 됐다, 앨범은 7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는 서정적인 발라드를 비롯해 재치 넘치는 록, 김수철을 대표하는 '기타산조'까지 총 8곡이 수록됐다. 타이틀 곡은 모두 3곡으로 '너는 어디에'와 '나무' '아자자'다. 특히 '너는 어디에'는 지친 일상의 현대인의 마음에 울림과 위로를 주는 가사가 특징이며 '아자자'는 MZ 세대도 어깨를 흔들 만한 '힙함'이 가득했다.

김수철은 "MZ 세대들을 격려하는 노래들이다"라며 "뉴스나 밖을 나가면 얘네(MZ 세대)가 암울해하고 참 힘들어하더라"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또 직접 대화하지 않고 메신저로 소통하더라, '너가 힘들때 손잡아줄게'라고 위로하고 싶었다"라고 소개했다.

가수 김수철 ⓒ News1 김진환 기자

김수철은 이전부터 유난히 노래에 '사랑', '우정', '꿈'을 많이 담았다. 그는 인생을 살며 절대 잊지도, 잃지도 않아야 하는 것이 이 세 가지라고 말한다. 그는 "우정과 사랑은 돈으로도 못산다"라며 "어렸을 때 순수하게 다가갔던 것들이 어른이 되면 달라진다, 힘듦을 겪을 때 격려해 주는 것은 우정이고 사랑이다"라고 강조했다.

수록곡 '그만해'도 재미 요소가 넘친다. 신나는 비트의 록 장르이지만 가사에는 대립을 멈추고 '그만하라'는 내용이다. 김수철은 곡 말미 엄중하게 "그만해"라고 꾸짖는 내레이션을 하는데 이 역시 그의 위트가 빛나는 대목이다. 김수철은 "요즘 같은 시대에 전쟁이 날 줄 알았나, 그런데 또 났지 않나"라며 "대립과 충돌은 그만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썼다"고 설명했다.

김수철은 사회적인 메시지를 곡에 담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사람답게 살아가야 하지 않겠나, 돈이나 물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다"라며 "우리는 성공의 기준이 너무 '돈'으로 되어 있다, 우정과 사랑이 절실하고 그립다"라고 답했다.

김수철은 과거 히트곡으로 벌어들인 돈을 국악이나 국가 행사 음악, 무용 음악 등을 만드는 데 거의 썼다고. 주변에서는 김수철에게 "돈 안 되는 음악만 한다"는 말도 많이 했다. 김수철이 대중음악을 33년 만에 낸 이유 역시 그간 전통 음악에 뿌리를 둔 국악에 매진했기 때문이다.

김수철은 "돈보다 음악을 택했다, 국악은 내가 좋아서 한 것"이라며 "그래도 넉넉하지는 않지만 밥은 먹고 산다, 빌딩을 안 샀을 뿐이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마음 안에 부족함은 있다,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라고 밝혔다.

가수 김수철 ⓒ News1 김진환 기자

그러면서 그는 "내가 항상 웃고 다니니까 사람들이 내가 재벌인 줄 안다"라며 "없으면 없는 대로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사는 거다, 빌딩은 못 샀지만 나만의 '음악 빌딩'을 지었으니 되었다"라고 말해 묵직한 울림을 줬다.

김수철이 33년 만에 발표한 이번 앨범이 대단한 이유는 또 있다. 늘 그랬듯 김수철은 이번에도 '원맨밴드' 앨범을 만들어냈다. 작곡, 작사, 노래, 건반, 기타, 코러스 모두 김수철이 스스로 했다.

이에 김수철은 "발라드 2곡 건반은 다른 사람이 담당했고, 나머지는 모두 내가 했다"라며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담아내야 하니 당연한 일"이라며 담담하게 답했다.

김수철은 유일무이한 그만의 장르 '기타산조'를 만들어낸 것으로도 존경을 받고 있다. 이번 앨범 마지막에도 약 8분 길이의 '기타산조'가 수록됐다. 기타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시너지를 내는 우리 전통 악기들의 소리가 전율을 일으킨다.

김수철은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생각"이라며 "전통문화에 뿌리를 둔 우리 고유의 문화 콘텐츠가 필요하다, 중국은 경극, 일본은 가부키가 있다는 것은 전 세계 사람들이 안다, 그런데 우리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아는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 콘텐츠가 없다는 것이 서글펐다"라고 말했다.

가수 김수철 ⓒ News1 김진환 기자

이어 "경제와 문화가 균형을 이루었을 때가 선진국이다, 그걸 해내고 싶다"라며 "지난해 공연했던 '김수철과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의 반응이 대단했다, 이걸 시작으로 전 세계 무대에 오를 것이고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 전통문화를 알릴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데뷔 45주년에도 여전히 꿈을 꾸는 김수철의 눈빛은 여전히 소년처럼 반짝였다. 그는 "계속해서 공부해야 한다, 난 꿈이 있고 그걸 위해 계속해서 달려 나갈 계획"이라며 웃었다.

hmh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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