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비좁은 곳으로 몰리는 피란민들···“인도주의 구역, 가자지구 11%로 쪼그라들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10개월을 넘기며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지난 10개월간 ‘토끼몰이 식’ 대피령에 시달려온 피란민들이 더욱 비좁은 땅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전날 이스라엘군이 설정한 이른바 ‘인도주의 구역’이 전체 가자지구 땅의 1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북부에서 지상전을 시작한 뒤 중·남부로 작전 범위를 확대하며 남서부 해안 지역인 알마와시 일대를 전투가 없는 이른바 ‘인도주의 구역’으로 설정해 민간인들에게 대피를 명령해 왔다.
그러나 ‘안전지대’라는 설명과 달리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세력이 이곳에 숨어 들었다며 이 일대를 수차례 폭격해 사상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스라엘군이 남부 작전 상황에 따라 인도주의 구역을 재설정하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UNRWA는 이스라엘군이 이 구역의 크기를 줄이면서 피란민들에게 혼란과 두려움이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주의 구역’이란 이름과 달리 실제 인도적 지원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이곳 텐트촌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더 이상 피란민들이 이곳으로 이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구호단체들은 지적했다.
가자지구는 한국의 강화도 크기와 비슷한 약 365㎢ 면적에 230만명 가량이 살고 있어 세계에서 손꼽히는 인구 밀집 지역이다. ‘지붕 없는 감옥’이라 불릴 정도로 가뜩이나 비좁은 지역에서도 200만명이 넘는 피란민들이 전체 10분의 1 크기의 ‘피란처’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피란민들이 대거 몰린 난민촌에는 주거시설은 물론 깨끗한 식수와 위생시설이 부족하고, 수백여명이 화장실 한 개를 사용할 만큼 위생 상황도 악화돼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전염병 확산을 경고해 왔다.
여기에 최근 가자지구 남부에서 ‘구시대 감염병’이라 할 수 있는 소아마비가 25년 만에 발병하는 등 전염병 확산에 대한 경고음이 이미 현실화 되기 시작했다.
이날 이스라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후 미국이 가자지구에 소아마비 백신을 반입하는 것에 이스라엘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정작 보건 위기와 직결된 피란민촌을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대피령을 반복하는 상황에서 백신 반입이 소위 ‘병 주고 약 주는’ 생색내기 식 조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유엔과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가자지구 어린이 64만명에게 두 차례 백신을 접종하는 계획을 수립했으며, 이 계획 이행을 위해 전투를 중단할 것을 이스라엘에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전투 중단은 커녕 휴전협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가자지구에 대한 무차별 살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전역의 난민촌과 주거지역을 폭격, 하루새 최소 35명이 사망했다.
가자지구 북부 일대의 의료시설이 대부분 문을 닫은 가운데 그나마 운영 중이던 카말 아드완 병원 역시 곧 폐쇄될 위기에 처했다. 이 병원 이사인 후삼 사피야는 “연료 부족으로 중환자실에서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하는 영유아 11명이 몇 시간 안에 사망할 수 있으며, 병원이 곧 폐쇄될 수 있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WHO가 이 병원에 연료와 의약품을 전달하기 위해 북부로 향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군에 의해 검문소에 발이 묶인 상태라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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