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미국엔 "휴전 지지"…뒤로는 협상단 질책
김경희 기자 2024. 8. 20. 14:33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왼쪽)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전쟁 휴전 협상에서 이중적인 태도로 '두 얼굴' 전략을 구사하면서 협상이 공회전한다고 미국 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한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게 가자 휴전과 인질 석방에 관한 미국 측의 새로운 제안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당국자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중재국을 만나러 간 이스라엘 협상단에는 충분한 권한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습니다.
협상단을 이끄는 모사드와 신베트 국장 등은 지난 18일 네타냐후 총리에게 협상 상황을 브리핑하면서 현재 입장을 고수할 경우 합의가 불가능하다며 협상단에 운신의 폭을 허용하면 타결도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오히려 협상단이 하마스에 굴복했다며 질책했다고 복수의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가 전했습니다.
계속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 결국엔 하마스가 굴복할 것이라는 게 네타냐후의 생각이라고 악시오스는 설명했습니다.
앞서 지난 18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휴전 협상을 앞두고 미 백악관은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주말까지 합의를 원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협상단을 보내지 않은 하마스는 네타냐후가 계속 조건을 덧붙이며 협상을 방해한다면서 중재국의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이후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이견을 좁힐 새로운 중재안을 마련해 통보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19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측의 제안을 수용했다면서 이제 하마스가 동의해야 한다고 압박을 가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단에 권한을 주지 않은 채 강경노선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블링컨 장관의 발표 내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한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는 "네타냐후는 자신이 최근 추가한 요구사항을 포함한 미국의 제안을 지지한다고 블링컨 장관에게 말했지만, 사실은 하마스가 이를 거부할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들은 협상 타결에 조심스럽게나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공개 발언도 '정치적 가식'일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최근 도하 협상에서 좁혀졌다는 견해차도 실상은 미국과 이스라엘 간 입장 차일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입장차가 좁혀진 것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주말 도하 협상 결과에 긍정적으로 반응했지만, 하마스에 협상 상황을 전달한 다른 중재국인 이집트와 카타르는 이를 믿지 않았다고 이스라엘 관리들이 전했습니다.
또 협상단은 하마스가 합의를 거부하면서 협상안 자체가 이스라엘의 입장만 대변한다는 불만을 제기할 것이라고 네타냐후 총리에게 보고했는데, 실제로 하마스는 예상대로 행동했습니다.
악시오스는 "가자지구-이집트 국경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통로'의 군사 통제권 유지, 가자 남부에서 북부로 무기 밀수 금지 방법 마련 등 네타냐후 총리가 최근 추가로 제시한 두 가지 요구조건이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라며 "하마스는 이 두 가지 요구 조건을 모두 거부했다"고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측은 18∼19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미국, 이집트 당국자들을 만나 필라델피 통로 문제를 논의하면서 가자지구 주둔 병력 축소와 필라델피 통로 병력 유지안을 함께 제시했다가 이집트 측에 의해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고 악시오스는 덧붙였습니다.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안보 관계 기관 수장들은 휴전 협상을 지연시키면 115명의 인질이 위험해질 수 있고 확전 우려도 있다는 견해를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달했지만, 결국 네타냐후의 고집 때문에 "카이로 회담은 무용지물이 되었고 우리는 명백하게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한 관리가 말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자국을 방문한 블링컨 장관에게 이스라엘 협상단을 이번 주 카이로에서 열릴 후속 협상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이와 관련 한 이스라엘 당국자는 "네타냐후가 협상단을 보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들이 협상을 타결할 수 있도록 더 넓고 충분한 권한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김경희 기자 ky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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