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은 ‘예습’해야?···손열음 “떡볶이처럼 즐기는 공연보러 오세요”
클래식 연주자에게 대규모 야외 공연은 어떤 의미일까.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도 사로잡을 대중적 레퍼토리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음향 조건이나 관객 매너를 까다롭게 따지는 대신, 관객과 적극적으로 호흡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한꺼번에 많은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인기를 갖춰야 한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다음달 8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야외 공연을 펼친다. ‘파크콘서트 위드 고잉홈 프로젝트-랩소디 인 블루’라고 명명한 공연이다. 기획사 크레디아는 앞서 조수미, 정명훈, 장사익, 요요마와 함께 이 행사를 진행했다. 손열음의 대중적 인기가 이들 못지않다는 뜻이다.
프로그램은 뷔페처럼 다채롭다. 1부에선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으로 시작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중 2악장이 이어진다. 손열음이 조직한 고잉홈 프로젝트의 조성현이 모차르트 플루트 협주곡 2번 3악장을, 유성권이 니노 로타의 바순 협주곡을 연주한다. 2부는 하차투리안, 아티 쇼, 거슈윈 등 20세기 음악가의 곡으로 꾸민다. 특히 올해 작곡 100주년을 맞는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가 공연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손열음은 e메일 인터뷰에서 “원래 콜라주 같은 프로그래밍을 좋아한다. 사실 소나타나 협주곡을 전 악장 연주하는 건 100년 정도밖에 안 된 짧은 전통이다. 1800~1900년에는 대부분 공연이 요즘의 대중가요 콘서트처럼 아주 짧은 곡 위주로 진행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통상 클래식 공연은 사전에 곡을 ‘예습’하고 가는 것이 좋다. 아는 만큼 들리기 때문이다. 이는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겐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이번 공연은 다르다. 손열음은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야외 공연인 만큼 별다른 생각 없이 오셔도 좋다”며 “진지하고 엄격한 분위기의 공연장이 부담스러운 분들이 많이 찾아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열음은 지금 한국에서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로 꼽힌다. 거의 매주 국내외에서 연주회가 있다. 젊은 팬층도 탄탄하다. 손열음은 ‘열정의 동력’을 묻는 질문에 “솔직히 음악을 진짜 좋아한다. 이유가 뭐냐 물어도 대답할 말이 없다. 단순히 떡볶이를 먹어도 먹어도 또 먹을 수 있을 만큼 좋아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의 원초적인 호감”이라고 답했다. 공연은 48개월 이상이면 관람할 수 있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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