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도 폭락 농심도 폭락" 화난 농민들, 논 갈아엎었다

강경호 기자 2024. 8. 2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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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가슴이 아프지만 이렇게라도 의지를 보여야겠습니다."

벼 수확철을 한 달여 정도 남겼지만 논 주인인 조용진(42)씨는 갈수록 떨어지는 쌀값에 결국 직접 트랙터를 타고 논을 갈아엎기로 결심했다.

이날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및 농민 300여명은 이곳 일대에서 '전북도연맹 논갈아엎기 투쟁' 집회를 열고 "정부는 농민들의 목숨과 마찬가지인 쌀값의 폭락을 막아야 한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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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농 전북도연맹, 익산서 논 갈아엎기 투쟁
쌀값, 지난해 10월 대비 약 18%나 폭락해
"농민 목숨값과 다름없는 쌀값을 보장하라"
[익산=뉴시스] 강경호 기자 = 20일 전북 익산시 춘포면의 한 논 위에서 트랙터가 논을 갈아엎고 있다. 이날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등은 "정부는 쌀값 폭락을 막아야 한다"며 집회를 열었다. 2024.08.20. lukekang@newsis.com


[익산=뉴시스]강경호 기자 = "정말 가슴이 아프지만 이렇게라도 의지를 보여야겠습니다."

20일 오전 10시 전북 익산시 춘포면의 한 논. 아직 벼가 노랗게 익어 수확할 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트랙터 3대가 논 위에 시동이 걸린 채 대기 중이다.

이후 트랙터는 일제히 소리를 내며 논 위를 지나갔다. 트랙터가 지나간 자리엔 누워 있는 아직 파릇한 벼들만이 남았다.

이 논을 둘러싼 300여명의 농민들은 그저 가만히 트랙터가 논을 뭉개버리는 모습과 쓰러진 채 숨이 죽은 벼들을 바라보기만 했다.

벼 수확철을 한 달여 정도 남겼지만 논 주인인 조용진(42)씨는 갈수록 떨어지는 쌀값에 결국 직접 트랙터를 타고 논을 갈아엎기로 결심했다.

조씨는 "정성을 기울여 길러온 소중한 벼를 갈아엎으니 눈물을 감출 수가 없는 마음"이라며 "우리 농민들의 강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진전이 없으니 청년 농업인으로서 의지를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에 논을 갈아엎었다"고 말했다.

[익산=뉴시스] 강경호 기자 = 20일 전북 익산시 춘포면의 한 논 위에서 논을 갈아엎고 있는 트랙터를 한 농민이 지켜보고 있다. 이날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등은 "정부는 쌀값 폭락을 막아야 한다"며 집회를 열었다. 2024.08.20. lukekang@newsis.com


조씨가 갈아엎는 논의 면적은 약 1100평(3600여㎡). 조씨에 따르면 이 논에서 난 쌀을 모두 판다면 약 4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쌀값 폭락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바라며 이 수익을 포기한 것이다.

그는 "계속된 쌀값 폭락과 다른 농산물 가격 역시 하락하는 모습을 보고 '이건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다"며 "우리의 이러한 심정을 정부가 하루빨리 알아채고 꼭 정책에 반영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및 농민 300여명은 이곳 일대에서 '전북도연맹 논갈아엎기 투쟁' 집회를 열고 "정부는 농민들의 목숨과 마찬가지인 쌀값의 폭락을 막아야 한다"고 외쳤다.

전농 전북도연맹 등은 "지난 2022년, 45년 만에 가장 쌀값이 폭락했을 때 우리는 절규했고 2년이 지난 지금 또 쌀값은 계속해서 아래로 곤두박질 치고 있다"며 "정부 통계로는 (쌀 한 가마니에) 18만원을 주장하지만 가격이 워낙 낮아지고 있는 지금 실질적인 거래 자체가 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와 같은 쌀값 폭락의 큰 원인은 농민에게 있는 것이 아닌 수입 쌀을 들여오는 개방정책이 원인"이라며 "폭락에 대해 계속해서 수수방관으로 대응한다면 결국 우리들은 투쟁으로 농민의 목숨값인 쌀값을 쟁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5일 기준 쌀 한 가마니(80㎏)의 가격은 21만7552원이었으나 지난 5일엔 17만8476원을 기록, 약 18%의 감소율을 보였다.

[익산=뉴시스] 강경호 기자 = 20일 전북 익산시 춘포면의 한 논 인근에서 열린 '전북도연맹 논갈아엎기 투쟁'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8.20. lukekang@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luke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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