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자유·평화' 상징공간으로…오세훈 "참전용사 기릴 것"(종합)
"형태·디자인 여러 가능성 다 열어놔"…필요성 두고 논란 이어질 듯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정수연 기자 = 서울시가 광화문 일대를 자유민주주의와 인류평화를 상징하고 대한민국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대표 공간으로 조성한다.
이 과정에서 시민의 제안과 아이디어를 토대로 공모를 통해 공간 모습을 결정한다.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6·25 전쟁에 함께한 유엔(UN) 참전용사의 헌신을 기리고, 대한민국 번영의 기틀이 된 희생을 기억하는 국가상징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시는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을 위한 시민 의견 수렴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20일 밝혔다.
다만 시는 대형 태극기 게양대 같은 구체적 상징물을 특정하거나 조감도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국가상징물의 여러 가능성은 열어두되 자유와 평화 등 보편적 가치를 내세워 논란 여지를 줄이고 시민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찬반 6대 4로 찬성이 앞서…상징물 다양한 제안
앞서 시는 6월 25일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광화문에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와 '꺼지지 않는 불꽃' 상징물을 세운다는 게 뼈대였다.
하지만 태극기가 너무 부각돼 국가주의를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게양대 조감도는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미학적 논란도 있었다.
결국 시는 지난달 11일 기자설명회를 열어 계획을 재검토하고, 시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7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 한 달간 시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 의견을 수렴한 결과, 522건의 제안이 접수됐다.
찬반은 6대 4의 비율을 보였다. 상징공간 조성에 찬성 59%(308건), 반대 40%(210건), 기타 1%(4건)였다.
적합한 상징물로는 태극기가 215건(4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무궁화 11건, 나라문장 및 국새 각 2건, 애국가 1건 등이었다.
반대 의견도 있었다.
'현재 광화문광장 인근에 국기 게양대가 있어 추가 상징물은 불필요하다', '세종대왕상 등 기존 국가상징물로도 충분하다', '정책 및 예산의 우선순위를 고려한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광화문, '자유와 평화' 기억 공간으로…내년 9월 준공
시는 이런 의견 수렴 결과를 토대로 국가상징공간 조성 자체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키워드로는 자유와 평화를 제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오늘날 대한민국이 번영을 꽃 피울 수 있었던 배경에는 6·25에 참전한 22개국 젊은이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이 있었다"며 이를 주제로 상징물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초 계획처럼 국가상징물로 태극기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오 시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자유민주주의란 것을 어떻게 형상화하느냐가 참 쉬운 문제가 아니다. 가장 쉬운 발상이 태극기였다"며 가장 쉬운 방식으로 접근했기에 반론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태극기를 상징물로 활용하는 게 제일 설득력 있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상징물 중엔 태극기가 들어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다.
또 여론 수렴 결과 반대 의견이 40%에 달했다는 점에 대해 오 시장은 정치적 양극화가 의견 수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강병근 서울시 총괄건축가는 "자유민주주의와 인류평화의 표상이 된 대한민국을 상징화하고, UN 참전용사들의 헌신을 기억하는 공간, 그리고 미래세대에 의미를 공유·전달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해달라 요청할 것"이라며 "어떤 형태와 디자인을 어떤 규모로 어디에 할지는 다 개방돼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상징물로서 태극기 게양대를 내세운 기존 입장에서는 물러선 것이지만, 광화문 일대에 또 다른 형태의 국가상징물을 조성하는 것 자체를 두고서는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홈페이지를 통한 의견 수렴 결과 찬성과 반대 의견이 6 대 4 비율로 나온 것과 관련, 공정한 방식으로 의견 수렴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단 지적도 나온다.
시는 의견 수렴 결과에 대해 전문가 자문과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심의를 거치고, 이를 바탕으로 지침을 마련해 9월 설계 공모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어 12월 기본 및 실시 설계에 착수하고, 내년 5월 착공해 9월 준공하는 것이 목표다.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다양한 시민 의견을 중심으로 광화문광장에 인류 보편의 가치와 후손에게 물려줄 희생과 헌신의 의미를 모두 담은 조형물을 설치해 국민이 공감하고 세계인이 소통하며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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