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매듭·갓일·사경·낙화·화각···사라질 위기의 국가무형유산 한자리에
9월 3일 덕수궁서 개막
전통기법·현대적 재해석 공예품 등 150점
이야기 콘서트와 체험 행사도
전통 나침반을 제작하는 윤도, 갓을 만드는 갓일, 달군 인두로 재료 표면을 지져서 그림을 그리는 낙화, 표구란 일본식 용어로 익숙한 배첩, 가구 등 목제품의 황동 금속장식을 만드는 두석, 갖가지 전통적 매듭….
정부가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해 전승을 관리하는 전통기술 종목들이다. 해당 기술을 갈고 닦은 장인을 심사 끝에 해당 종목 국가무형유산 보유자로 지정한다. 윤도장, 갓일장, 낙화장, 배첩장, 매듭장, 두석장 등이다.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이들 전통기술의 공통점은 이제 맥이 끊겨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대중성이 낮고 사회적 수요가 줄어 더 이상 기술을 전수받아 발전시킬 장인 전승자가 없어서다. 기술종목 만이 아니다. 줄타기·가곡·가사·발탈 같은 전통 공연·예술 종목도 같은 실정이다.
전승 단절위기에 처하자 국가유산청이 지난해 우선 지원대상으로 선정한 ‘국가무형유산 전승 취약종목’은 모두 25개 종목이다. 전통기술 종목에선 갓일, 나주의 샛골나이, 낙죽장, 낙화장, 두석장, 망건장, 매듭장, 바디장, 배첩장, 백동연죽장, 사경장, 선자장, 악기장(편종·편경 제작), 윤도장, 장도장, 전통장, 조각장, 탕건장, 한산모시짜기, 화각장 등 20개다. 전통 공연·예술 종목에서는 가곡, 가사, 발탈, 서도소리, 줄타기 등 5개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국가무형유산 전승 취약 종목의 활성화를 위한 특별전이 마련됐다.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은 “국가무형유산 전승취약종목 활성화 특별전 ‘시간을 잇는 손길’을 오는 9월 3일부터 22일까지(휴궁일인 9월 9·19일 제외) 덕수궁의 돈덕전 기획전시실과 덕홍전에서 연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특별전에는 전승 취약종목 가운데 전통기술 20개 종목 보유자 등 전승자 46명의 작품 150여 점이 선보인다. 전통 기법의 작품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생활공예품, 더불어 각 종목에 담긴 역사와 제작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작품, 제작 도구와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 등도 나온다. 각 무형유산 종목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가치를 공유하며, 오랜 시간 전통과 명맥을 이어온 전승자들의 노력도 살펴보는 전시다.
돈덕전에서는 전통기술 20개 종목의 보유자 작품 등 80여 점이 전시된다. 특히 이제는 고인이 된 보유자들인 나주의 샛골나이의 노진남, 백동연죽장 황영보, 배첩장 김표영, 바디장 구진갑 보유자의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고종황제의 접견실로 사용되었던 덕홍전에서는 국가무형유산 전승자 11명이 전통 기법으로 제작한 작품과 함께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든 생활공예품 등 70여 점이 전시된다. 재해석된 작품들은 전통 공예품에 현대의 디자인 감각을 입힌 ‘전승공예품 디자인 협업 사업’의 결과물들이다. 오래된 삶의 지혜를 담은 전통 공예품과 현대적 공예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특별전과 연계해 참여형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9월 8일 오후 2시 돈덕전 아카이브실에서는 이야기(토크) 콘서트 ‘이어가다’가 열린다. 전시기획자인 김주일 전시감독과 두석장 박병용 이수자, 선자장 김대성 이수자, 매듭장 장은 전수교육생 등 젊은 전승자들이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9월 11~16일에는 하루 2회씩(오후 2시, 4시) 공예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참가자들은 갓일, 두석장, 매듭장, 배첩장, 나주의 샛골나이 등 5개 종목의 생활 소품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체험행사는 온라인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8월 20일부터 네이버 예약(https://booking.naver.com/booking/12/bizes/1074132)을 통해 선착순으로 신청할 수 있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국가유산진흥원 누리집(www.kh.or.kr)을 참조하거나 국가유산진흥원 무형유산팀(02-3011-2157)으로 자세한 사항을 문의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올해는 종묘제례악을 국가무형유산으로 처음 지정한 지 60주년을 맞이한 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국가무형유산의 명맥을 잇기 위해 노력하는 전승자들을 돌아보고, 전승 취약 종목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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