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트라이아웃의 ‘냉정과 열정 사이’··· 참가자 15명, 누구의 꿈이 이루어질까
심진용 기자 2024. 8. 20. 13:54
19일 오전 경기 이천 LG챔피언스필드, KBO리그 트라이아웃 참가 선수 15명이 찌는 더위에서 열심히 치고 달리고 던졌다. 가장 관심을 끈 선수는 투수 양제이(22)였다. 키 1m 98 좋은 체격조건에 시속 150㎞ 빠른공을 던진다. KBL 농구 전설 양동근의 조카라는 화제성도 갖췄다. 그러나 열정만큼은 모두가 같았다. 각 구단 스카우트의 눈도장을 받아 프로 지명을 받겠다는 일념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독립야구단 성남 맥파이스에서 뛰고 있는 이준우(23)가 투수 가운데서는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140㎞대 중반 빠른 공에 변화구 구사가 능숙해 완성도가 가장 높아 보인다는 얘기가 복수의 구단 스카우트에게서 나왔다.
‘포스트 이정후’와 팀 이끌었던 이준우, 프로의 꿈은 이뤄질까
이준우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한 번 드래프트에 실패했다. 대학교 들어갔다가 휴학도 하고 자퇴도 하면서 1년이 더 밀렸다”며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던 만큼 긴장을 안 하려 해도 많이 하게 되더라”고 했다. 이날 그는 다른 참가자들과 같이 마운드 위에서 30개 가까이 공을 던졌다. 시합 때는 148㎞까지 던졌다는데 이날은 146㎞가 최고 구속이었다. 그는 “시합 중 피칭이 아니었던 것 치고는 괜찮게 던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출신인 이준우는 송수초, 센텀중, 경남고를 나왔다. 고교 졸업 후 신인 지명을 받지 못해 동의대에 진학했다가 3학년 때 중퇴하고 지난해 성남 맥파이스에 입단했다. ‘포스트 이정후’로 주목 받는 키움 이주형과 초중고 동기다. 리틀야구 시절부터 계속 같이 야구를 했다.
학창 시절만 해도 함께 팀을 이끌었던 두 사람이지만, 지금은 뛰는 무대가 다른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래도 둘 사이는 여전히 끈끈하다. 이준우는 “주형이는 지금 저보다 훨씬 더 높은 프로에서 뛰고 있는 친구지만, 오히려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요즘도 만나면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고 했다. 고교 졸업 후 대학 야구와 독립구단에 뛰며 자칫 현실에 안주할 수 있는 그에게 ‘프로의 눈높이’를 꾸준히 일러 준다는 것이다. 이준우는 “아마추어에서는 사실 구속만 어느 정도 나와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프로에선 초구 스트라이크라든가 체인지업, 스플리터 같은 계열의 공을 꼭 던져야 한다든가 그런 이야기를 주형이가 계속 해준다”고 했다.
이준우의 목표는 당연히 KBO 입성이다. 그는 “정말 열심히 했다. 드래프트에서 뽑히고 싶고, 그게 안 된다면 육성 선수로라도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열심히 했으니까, 만약에 안 된다면 미련은 남겠지만 후회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드래프트 실패 후 미국행 “이날 하루 보고 연습하고 기도했다”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 소속 최유현(23)은 키 1m75 단신 유격수다. 충암고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자 곧장 미국으로 눈을 돌렸다. 미국 대학야구 리그에서 뛰면서 4년을 모두 채웠다. 지난 6월부터 고양 원더스에서 뛰고 있다. 이날 트라이아웃에서는 수비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장점을 소개해 달라는 말에 최유현은 “발이 빨라서 나가면 거의 득점하는 편이다. 95% 이상 도루 성공을 한다”고 말했다. 수비는 어떠냐는 말에는 눈을 반짝였다. 최유현은 “더 겸손해야겠지만, 솔직히 자신감만 가지고 말을 한다면 프로에 계신 선수들보다 수비는 제가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유현은 미국행이라는 쉽지 않았던 선택에 대해 “지명을 받지 못해서 좌절과 실망도 있었지만 새로 동기부여가 생겼다”며 “미국 대학 리그는 워낙 경기 수가 많아서 400타석 넘게 뛸 수 있었다. 돈 주고도 못 살 경험이었다”고 했다.
야구에만 ‘올인’했던 한국에서와 달리 미국에선 운동과 학업을 병행해야 했다. 마케팅과 경영을 복수 전공했다. 7~8시간 원정 버스를 타고 다니는 중에도 에세이를 썼고, 더블헤더가 있는 날에는 밤 11시가 넘어 방으로 들어와 다시 노트북을 켜고 과제를 했다. 야구와 공부를 하는 중 요리에도 취미를 붙였다.
그러나 하고 싶은 건 결국 야구였다. 최유현은 “프로가 되는 게 아버지의 유일한 소원이기도 하고, 저 역시 이날 하루 보고 계속 운동하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냉정과 열정 사이, 살아남는 것은 누구인가
그러나 선수들의 열정만큼이나 현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지난해 황영묵(한화)만큼 눈에 띄는 선수는 없었다는 게 공통된 이야기다. 황영묵은 고교 시절에도 재질을 인정받았지만, 체구가 작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트라이아웃 때는 다소 부족한 수비를 방망이 실력으로 만회했다. 결국 신인 드래프트 4라운드 1번, 전체 31순위라는 높은 순번으로 한화에 뽑혔다. 올 시즌 프로 1군에서 3할 타율로 활약 중이다.
모 구단 스카우트 A는 “지난해 경우 황영묵은 어느 순번이든 무조건 지명을 받을 것 같다고 다들 생각했다. 올해는 그 정도 선수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단 스카우트 B는 “요즘 고교 선수 중에 150㎞ 던지는 투수가 20명은 된다. 육성선수라는 다른 방법도 있는데, 드래프트 픽 하나를 트라이아웃 선수에게 쓰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다”라고 했다. 여러 구단에서 경쟁이 붙을 만큼 돋보이는 선수가 아니라면 하위 라운드 지명도 가능성이 아주 크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트라이아웃 참가 선수들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다음 달 9일, 신인 드래프트 날 그 결과가 나온다. 지금 고교와 대학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각 구단 퓨처스리그에서 성장 중인 다른 젊은 선수들과 비교해 지명권 한 장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야 프로 구단의 부름을 받을 수 있다.
이천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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