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는 왜 아파트 40층까지 올라갔을까?

김지숙 기자 2024. 8. 2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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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댕기자의 애피랩
폭염과 열대야로 매미의 울음소리가 두드러지며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자연과 동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경이롭습니다. 한겨레 동물전문매체 애니멀피플의 댕기자가 신기한 동물 세계에 대한 ‘깨알 질문’에 대한 답을 전문가 의견과 참고 자료를 종합해 전해드립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동물 버전 ‘댕기자의 애피랩’은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 animalpeople@hani.co.kr로 보내주세요!(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Q. 낮에는 폭염특보, 밤에는 열대야에 올여름은 더위 나기가 유독 힘겹습니다. 밤낮없이 울어대는 매미도 사람의 휴식을 방해하고는 하는데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20층이 넘는 아파트의 방충망에까지 올라와 울어댄다고 합니다. 매미는 어떻게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간 걸까요?

A. 몇 해 전부터 여름철 매미 활동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잦은 비와 무더위가 찾아온 올 여름도 마찬가지죠. 열대야와 열섬 현상의 영향으로 낮에만 울었던 말매미의 활동시간이 늘어나며 여러 매미의 울음이 겹쳐 소음이 더 커졌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옵니다. 목필균 시인의 시 ‘여름밤’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언제부터인지 잠의 문고리는 뻑뻑하다 (중략) 이리저리 뒤척이는 몸은 끈적거리고/ 새벽에 찾아온 매미는/ 아파트 방충망을 붙잡고 자지러지게 울어(후략)”

말씀처럼 각종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살펴보면, 고층아파트 방충망에 붙은 매미를 봤다는 ‘증언’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한 누리집에서는 사용자들이 얼마나 더 높은 층수에서 봤는지를 공유했는데, 무려 40층 아파트 방충망에도 붙어 있었다는 댓글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매미는 알에서 깨어나 긴 시간을 땅속에서 애벌레 상태로 지내다 단 몇 주만 지상에 머무르는 독특한 생태로 유명하죠. 우리나라서 많이 보이는 참매미와 말매미의 유충 기간은 대략 3~5년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이 땅에서 나와 나무에 자리를 잡고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시간은 고작 2~3주, 길어야 한 달 남짓이라고 합니다.

아파트 방충망에 붙어있는 매미의 모습을 공유한 한 게시물. SNS 갈무리

매미가 나무에 오르는 과정을 촬영한 일이 드뭅니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 진행되기 때문이죠. 지난해 이 과정을 촬영한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의 관찰기를 보면, 한밤중 땅속에서 기어 나온 매미는 새, 고양이 등 천적을 피해 나무에 올라 껍질을 벗고 날개를 펴기까지 무려 12시간이 걸리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험난한 과정을 겪어 성충의 꼴을 갖추게 된 매미는 도대체 왜 높이 50~100m에 달하는 고층까지 올라간 것일까요. 역시나 그 배경에는 ‘번식 본능’이 있었습니다. 김태우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교육과 연구관은 “기본적으로 매미는 빛을 향하려는 본능이 있다”면서 “매미가 선호하는 서식지 또한 키가 큰 나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연구관은 “여름 한 달 남짓한 시기에 번식을 하려다 보니, 서식 밀도가 높은 곳에서는 짝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매미가 고층 빌딩으로 이동한 것은 빛을 좋아하는 성향과 더불어 새로운 서식처를 찾는 과정에서 일어난 자연스러운 분산과정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땅속에서 기어 나온 매미는 3~4시간에 걸쳐 껍질을 벗는다. 날개를 말리고 제대로 펼 때까지 총 12시간 정도가 걸린다.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제공

새도 아닌 매미가 그 높은 곳까지 올라간 방법도 궁금해집니다. 혹시 모기나 파리처럼, 엘리베이터나 인간의 몸에 붙어서 이동한 것일까요. 그럴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김태우 연구관의 답변입니다. 19층에 살 때 실제로 방충망에 붙은 매미를 본 적이 있다는 그는 곤충의 비행 능력은 다소 과소평가 되어 알려진 점이 있다고 했습니다. 김 연구관은 “매미는 나무에서 다른 나무로 이동할 때 위로 솟구쳐 날아간다”면서 “잠자리처럼 장시간을 비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 날 때 높이까지 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긴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된장잠자리는 해마다 바다를 건너 수천㎞를 이동하고, 거미나 진딧물과 같은 곤충은 지상에서 10~50㎞ 상공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매미가 얼마나 높이, 빨리 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몇몇 종은 예상보다 더 뛰어난 ‘비행 곤충’이란 점이 최근 일부 논문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지난해 3월 미국 버지니아대 기계 및 항공우주공학부 연구진의 논문에서는 린네매미가 비행 중 몸의 각도와 날개 움직임을 조절해 뒤로 날아가는 것이 가능하며, 이런 행동이 안정적 비행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밝혀진 바 있습니다.

말매미는 기온이 올라간 오후에 시끄럽게 울어댄다.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제공

사실 아파트 단지에서 매미의 존재가 두드러지는 점은, 소음 탓이 클 텐데요. 2021년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시민생활연구팀의 분석을 보면, 열대야 기간 아파트 단지 내 매미 소음은 비열대야 기간보다 8~10% 정도 높았다고 해요. 밝은 조명과 단지의 열섬 현상에 매미는 잠들지 못하고, 더 늦게까지 울었던 것이죠. 더위에 소음까지 더해 사람 입장에선 매미가 미워질 만하지만, 여름 한 철 번식을 위해 고층 아파트까지 날아와 우는 처지를 생각하면 조금은 애처로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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