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락에 절규" 눈물로 논 갈아엎은 농민들

유영규 기자 2024. 8. 2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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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인 농민들은 논 갈아엎기 투쟁에 앞서 집회를 열고 "농민들의 생존권이 걸린 쌀값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영재 익산시농민회 회장은 "풍요의 계절 가을을 앞두고 농민들은 가슴이 벅차야 하지만, 우리는 이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한숨 섞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2022년 쌀값 폭락에 절규했는데, 또 쌀값이 곤두박질치고 있다"고 한숨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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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산시 춘포면의 한 논에서 논 갈아엎기 투쟁을 벌이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농민들

"정성스레 길러온 벼인데, 갈아엎으려니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오늘(20일) 오전 10시 30분 전북 익산시 춘포면의 이제 막 벼 이삭을 패는 푸릇푸릇한 농경지에 100∼150마력의 트랙터 3대가 도착했습니다.

곧 조 모(41) 씨가 트랙터를 몰고 자신의 1천100여 평의 논 오른쪽 가장자리부터 밀고 앞으로 나갔습니다.

논을 빙 둘러싼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농민 250여 명은 순식간에 쓰러지는 벼들을 가만히 바라만 봤습니다.

눈이 부실 정도로 짙은 초록색을 띠던 논은 30여 분 만에 진흙과 쓰러진 벼로 뒤덮였습니다.

트랙터에서 착잡한 표정으로 내린 조 씨는 "자식 같은 농작물을 갈아엎는 심정이 정말 속상하다"며 "하지만 쌀값이 폭락하는데 별다른 대책이 없고, 다른 농산물들도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보면서 이건 잘못됐다는 생각에 논 갈아엎기에 나서게 됐다"고 차분히 설명했습니다.

조 씨는 10여 년 전 고향인 익산으로 내려왔다고 했습니다.

그는 "청년 농업인 육성이란 정부 정책에 맞춰 농사를 시작했다"며 "왜 농민들이 소중한 논을 갈아엎어야 하는지,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습니다.


모인 농민들은 논 갈아엎기 투쟁에 앞서 집회를 열고 "농민들의 생존권이 걸린 쌀값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현재 쌀 80㎏ 한 가마가 17만 원대까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는 지난해 수확기인 10월보다 4만 원가량 떨어진 가격입니다.

농민들은 재고에 더해 올해 쌀 수확이 시작되면 '45년 만에 대폭락'으로 신음했던 2022년 9월 15만 5천 원보다 쌀값이 더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영재 익산시농민회 회장은 "풍요의 계절 가을을 앞두고 농민들은 가슴이 벅차야 하지만, 우리는 이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한숨 섞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2022년 쌀값 폭락에 절규했는데, 또 쌀값이 곤두박질치고 있다"고 한숨지었습니다.

그러면서 "하지만 대책이 전혀 없다. 지금 지난해 생산했던 쌀이 농협 창고에 그대로 쌓여 있어서 수매를 더 못할 지경인데, 정부는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며 "누구도 해결해주지 않는 이 쌀값 폭락의 상황에서 농민들은 함께 힘을 합쳐서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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