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클리아랩 규제 제동…랩지노믹스 등 진단업체 사업 확대 '기대'

김건우 기자 2024. 8. 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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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법원이 지난 40년간 미국 소송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셰브런 원칙'(Chevron Doctrine)을 파기 결정하면서, 미국임상연구소협회(ACLA)가 FDA(식품의약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게 됐다. 미국실험실표준인증 연구실(CLIA lab·이하 클리아랩)을 통한 현지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인 국내 진단기업들의 사업 확대가 기대된다.

지난 6월 미국 대법원은 6대3의 판결로 '셰브런 원칙'(Chevron Doctrine) 파기를 결정했다. 셰브런 원칙은 법률의 문구가 불명확할 때 법원이 이를 해석하는 대신 법률에 대한 행정청의 합리적인 해석을 따른다는 것이다. 연방지방법원과 연방항소법원은 약 1만7000회에 걸쳐 이 원칙을 적용해 사건을 해결했다.

이번 판결로 미국 FDA(식품의약국)가 추진한 자체개발진단검사(LDT) 규제도 제동이 예상된다. LDT는 검사실(Lab)에서 자체개발한 검사란 의미로, 공중 보건을 위해 FDA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검사할 수 있었다.

최근 신생아 선별, 암 예측, 알츠하이머병 검진 등 검사 영역이 광범위하게 넓어지고, 맞춤형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LDT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이에 FDA는 일부 검사의 정확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LDT를 규제하겠다고 나섰다.

이 같은 움직임에 미국임상연구소협회(ACLA)는 FDA의 LDT 규제가 새로운 진단법의 혁신을 저해하고, 환자들의 진단검사 접근성을 막으며, 결론적으로 의료 비용을 증가시킬 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FDA의 의료기기 규제 권한이 물리적 제품에만 적용되고 LDT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진단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FDA가 LDT 관련 규제할 법적 권한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라며 "클리아랩들은 FDA가 1차로 요청했던 자료들을 제출하지 않아도 될 명분이 생겼고, 향후 규제가 폐기되거나 (규제 시행에) 상당한 지연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미국 진출을 위해 클리아랩을 인수했던 국내 진단업체의 행보에 관심을 갖고 있다. 랩지노믹스, 싸이토젠, 엔젠바이오 등이 2022년부터 미국 클리아랩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랩지노믹스는 지난해 8월 인수한 큐디엑스를 시작으로 클리아랩을 활용한 사업 확장에 가장 적극적이다. 회사는 연내 추가적인 클리아랩 인수를 추진하고, LDT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다.

랩지노믹스는 지난 14일 인수 후 1호 LDT인 알피피 에센셜(RPP Essential)을 선보였다. RPP 에센셜은 실시간 역전사 중합효소연쇄반응(RT-PCR)을 통해 인플루엔자 A·B,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종,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등 다양한 호흡기 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

랩지노믹스는 연내 클리아랩을 추가로 인수하면 미국 전역의 진단기기 유통망을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RPP 익스텐디드, GPP(소화기 병원균 검사), STI(성병 검사) 등 다양한 LDT 도입할 계획이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재유행하는 점도 클리아랩들의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점도 긍정적이다. 2020~22년 코로나19 확산 때 수혜를 봤던 클리아랩들은 엔데믹 이후 매출이 크게 감소했었기 때문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4개 주에서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증가 중이며, 11개의 환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로 클리아랩 진단제품의 FDA 허가 면제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또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FDA가 현재 시행되고 있는 검사에 대해서는 규제 적합 여부를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규제 시행에 상당한 지연이 예상되는 만큼 그 기간 얼마나 많은 LDT를 선보이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미국 진출을 준비했던 한국 진단기업들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건우 기자 ja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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