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있어도 32도… “지하철역이 사우나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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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나에 있는 것 같아요. 땀 줄줄 흘리며 기다리고 있네요."
20일 오전 5시 30분 서울 지하철 5호선 목동역 승강장에서 지하철 첫차를 기다리고 있던 50대 이모 씨가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목동역을 비롯해 서울 지하철 1∼8호선 275개 역사의 81.8%(225개)는 냉방시설이 설치돼 있다.
냉방시설이 없는 역사 내 승객들은 사우나를 뛰어넘는 찜통 속에서 지하철을 기다려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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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81% 냉방 시설 설치불구
전기료 부담탓 시설 가동 꺼려
지상 승강장 등 비냉방 역사선
햇볕 내리쫴 35도까지 치솟아
“사우나에 있는 것 같아요. 땀 줄줄 흘리며 기다리고 있네요.”
20일 오전 5시 30분 서울 지하철 5호선 목동역 승강장에서 지하철 첫차를 기다리고 있던 50대 이모 씨가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이곳에는 여의도 등 사무실 밀집 지역으로 출근하는 청소 노동자들이 연신 부채질을 하며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손에 휴대용 선풍기를 들어 땀을 식히고 있던 한 승객은 “승강장에 냉방시설이 있다는 게 믿을 수 없을 만큼 덥다”며 “열차 안은 시원하니, 열차가 빨리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날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목동역을 비롯해 서울 지하철 1∼8호선 275개 역사의 81.8%(225개)는 냉방시설이 설치돼 있다. 1996년 이후 만들어진 지하철역 대부분은 냉방시설이 들어선 상황이다. 하지만 역사 내부 온도가 30도를 웃도는 역들이 다수 있어 승객들 사이에선 실제 냉방 효과가 있는지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냉방역사에서는 냉동기를 가동해 만든 차가운 공기를 승강장과 대합실 천장에 있는 송풍구를 통해 내보내는 방식으로 냉방이 이뤄지고 있다. 공사는 냉방시설을 가동해 역사 내부 온도를 27∼29도 수준으로 유지하려 하지만 실제 기자가 전날 여러 역에서 측정해본 냉방역사 승강장 온도는 31∼32도 정도로 대체로 30도를 웃돌았다. 이는 막대한 전기요금 부담에 지하철 운영 시간 내내 냉방시설이 가동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공사 관계자는 “하루 중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아지는 ‘전력 피크’ 시간대에는 가동하지 않는 역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원하지 않더라도 냉방시설이 있는 것은 시민들로선 그나마 다행이다. 냉방시설이 없는 역사 내 승객들은 사우나를 뛰어넘는 찜통 속에서 지하철을 기다려야만 한다. 전날 찾은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이 대표 사례다. 지상역사인 이 역 승강장은 통유리창을 통해 뜨거운 햇볕이 역사 내부로 그대로 내리쬐는 구조인 탓에 역사 내 온도는 35도까지 치솟아 바깥 온도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
역시 비냉방 역사이자 외국 관광객이 자주 오가는 3호선 경복궁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 시민은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환풍구 앞에 서서 바람을 맞고 있었다. 땀을 줄줄 흘리던 이 시민은 “더운 바람이지만 땀이라도 식혀 보자는 것”이라고 반응했다.
지하철 1∼8호선 중 비냉방 역사는 50곳이다. 특히 3호선(20개), 2호선(17개)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역 설계 당시 냉방시설 설치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체로 노후 역사에 냉방시설이 없는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냉방시설을 신규 설치하려면 사실상 역 전체를 뜯어고쳐야 하는 수준이라는 게 공사 측 설명이다.
공사 관계자는 “역당 630억 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돼 사실상 냉방역사로의 전환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매년 지하철 역사 내부가 덥다는 민원이 지속해서 들어오자 공사는 이동식 에어컨 등 이동식 냉방장치를 비냉방 역사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한두 명 정도의 인원이 냉방장치를 독차지하면 사실상 이용할 수 없는 데다 역마다 2∼10개 정도만 설치된 상황이어서 승객들 사이에선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크다. 이에 공사는 현재 건대입구역 등 9개 역(14개소)에 설치돼 있는 ‘냉방시설을 갖춘 고객 대기실’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사 관계자는 “서울시와 협의를 거쳐 점진적으로 19개 역(33개소)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군찬 기자 alf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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