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군사분계선 넘은 20대 북한군… 군 당국 “이북서 내려올때부터 추적”

하사 계급… 남하과정 조사중
대북방송·식량난 영향받은듯

20대 북한군 1명이 강원 고성 지역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20일 새벽 귀순했다. 지난 8일 북한 주민 1명이 한강 하구 중립 수역을 통해 귀순한 지 12일 만에 북한 병사가 남측으로 넘어온 것이다. 연이은 귀순 행렬에 따른 우리 측 경계 태세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군은 “지속적인 추적 조치와 귀순 유도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새벽 2시를 전후로 강원 고성 지역의 동부전선 MDL에 북한 병사로 추정되는 1명이 군 감시 장비에 식별됐다. 계급은 하사로, 군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 1명이 MDL을 넘어왔고 오늘 새벽 귀순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해당 병사는 동해선 인근 육상을 통해 도보로 걸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해당 병사가 MDL 이북에서 남쪽으로 내려올 때부터 열상감시장비(TOD) 등을 통해 추적했고, 남하 이후엔 귀순 유도 작전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귀순한 북한 병사는 강원 고성에 위치한 육군 22사단 작전 지역에 들어서야 귀순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일대는 최근까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북한 군이 동해선 인근을 중심으로 지뢰를 매설해온 곳이다. 군 당국은 북한 병사를 관계 기관에 인계했고 현재 남하 과정을 조사하고 있다. 북한군 내에선 특이 동향은 없는 것으로 군은 파악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북한 주민 1명이 북한과 최단거리 기준으로 2.5㎞ 떨어진 인천 강화군 교동도 북측의 한강 하구 중립 수역을 통해 귀순했다. 당시 우리 군 감시 장비에 2명이 남하한 것으로 포착됐지만 이 중 1명만 귀순했다. 군은 다른 1명은 물살에 휩쓸렸거나 중간에 포기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이은 도보 귀순을 두고 최근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과 홍수·폭염 피해로 인한 식량난 등이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리 군은 지난달 21일부터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에 대응해 북한 접경 지역에서 대북확성기를 전면 가동 중이다. 강원 고성에선 고정식 대북 확성기와 이동형 확성기가 운용되고 있다. 지난 8일 귀순한 북한 주민은 군 당국에 “대북방송을 듣고 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규태 기자,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