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 있던 순찰차에서 발견된 시신…‘고체온증 사망’ 40대女 미스터리
경찰, 새벽 시간대 주차된 순찰차로 시민 들어간 사실 인지 못해
해당 파출소 감찰 착수 및 전국 경찰 순찰근무·장비관리 실태 점검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경남 하동군의 파출소 순찰차 안에서 발견된 40대 여성이 고체온증으로 사망했다는 1차 부검 결과가 나왔다. 내부에서 문을 열 수 없는 순찰차로 누군가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경찰은 36시간이 지나서야 인지했다. 여성이 사망함에 따라 순찰차에 들어간 경위 등은 미궁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경찰은 순찰차 부실 관리 등에 대한 감찰과 함께 대대적인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하동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지난 17일 진교파출소 순찰차 내부에서 발견된 40대 여성 A씨의 사인과 관련해 '고체온증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1차 구두 소견을 전달 받았다. 정밀 부검 결과는 9월 중 나올 예정이다.
고체온증은 신체 온도가 40℃ 이상으로 과도하게 상승하면서 중추신경계 이상 및 급격한 장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증상이다. 장시간 방치될 경우 의식 저하가 동반되고 신속한 응급 처치를 받지 못할 경우 이번 사건처럼 목숨을 잃을 수 있다.
A씨가 순찰차 내부에 갇혀 있던 이틀 간 당시 하동의 낮 최고기온은 34.7~35.2도를 기록했다. 냉방 기능 작동 없이 외부 주차된 차량 내에 갇혀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A씨가 단시간에 고체온증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A씨가 진교파출소 순찰차 뒷좌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건 지난 17일 오후 2시다. 발견 당일 오전 11시 A씨 가족은 경찰에 'A씨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며 가출 신고를 했다. 경찰은 신고 접수 후 약 3시간 뒤인 오후 2시께 A씨 행방을 파악하기 위해 순찰을 나서던 중 경찰차 뒷좌석에 쓰러져 있는 망인을 발견했다. A씨가 순찰차로 들어간 지 36시간 만이었다.
폭염 속 순찰차 뒷좌석에 36시간 갇혀…감찰 착수
진교파출소 외부에 설치된 CCTV에는 A씨가 지난 16일 새벽 2시께 파출소 앞 주차장으로 와 순찰차 문을 열고 들어가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A씨는 다른 순찰차 문을 열려고 시도했는데, 잠겨 있자 사고가 난 차량에 탑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순찰차 뒷좌석은 안에서는 문을 열 수 없도록 설계돼 있고, 운전·조수석과 뒷좌석을 분리하는 칸막이가 설치돼 있어 앞뒤 좌석 간 이동도 불가능하다. 때문에 A씨가 순찰차에서 빠져 나오려는 시도를 했더라도 외부에서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새벽 시간대 외부인이 파출소 주차장으로 들어와 순찰차 문을 열고 들어간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순찰차는 지난 15일 오후 6시를 전후해 숨진 여성이 발견된 17일 오후 2시까지 약 44시간 가량 멈춰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 가까이 순찰차가 단 한번도 운행하지 않고 파출소 앞에 멈춰 있었다는 의미다. 사건을 수사 중인 하동경찰서 측은 "해당 순찰차는 평소 잘 사용하지 않았고 주로 다른 차량을 이용해 순찰을 돌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씨가 사망하면서 그가 왜 순찰차 문을 열고 들어갔는지에 대한 경위는 미궁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경찰청은 진교파출소 소속 경찰을 상대로 감찰에 착수했다. 순찰차 부실 관리 여부 및 순찰 일자·배차표 등에 대한 조사를 집중 진행할 방침이다. A씨가 평소 정신질환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경찰이 이를 파악하고도 신고 3시간이 지나서야 순찰에 나섰는지 등을 함께 들여다 볼 방침이다.
경찰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경찰 순찰근무 및 장비관리 실태 점검에도 착수했다. 오는 30일까지 시·도청별 3급지 지역경찰관서(11개 청 산하 480개 지역 관서)를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벌일 방침이다. 점검단은 지정된 근무 상황 준수 여부와 근무 교대시 사무·장비 등 인수인계 여부, 중간관리자 관리·감독 실태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특정 기간동안의 순찰차 운행 궤적과 순찰 근무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파출소 내 CCTV를 열람해 팀 간 인수인계 및 무기 휴대 실태도 점검한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또 1등 ‘무더기 당첨’으로 확산된 조작설…사실은 이렇다? [Q&A] - 시사저널
- 벤츠에 中배터리 ‘충격’…‘전기차 배터리 게이트’ 비화하나 - 시사저널
- 명문대생 참여한 마약 동아리 ‘깐부’, 주범의 정체 드러났다 - 시사저널
- “죄송합니다” 연신 고개 숙였던 20년차 권익위 공무원 사망 후폭풍 - 시사저널
- “김 여사와 통화했다” 폭로 속출…제2부속실 설치되면 달라질까 - 시사저널
- 양재웅 병원 앞으로 간 사망환자 유족…“병원 아닌 지옥” 규탄 - 시사저널
- 결혼 앞둔 여성 살해 후 사망한 50대…예비신랑에 ‘시신 사진’ 보냈다 - 시사저널
- 75cm ‘일본도’와 8번째 ‘신고’…살인범 첫 마디는 “미안하지 않다” - 시사저널
- ‘왜 바지가 커졌지?’…나도 모르게 살 빠지는 습관 3가지 - 시사저널
- ‘풋 샴푸’를 주방용 세제나 살충제로 쓴다고?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