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엎친데 ‘충실의무’ 덮쳐… 기업들 “미래경영 위축”

이용권 기자 2024. 8. 2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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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행동주의의 기세가 야당과 금융감독원의 '주주 충실의무' 강화 움직임으로 더욱 거세지면서 미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일선 기업의 경영 판단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두산밥캣·로보틱스 합병 등 기업구조 재편을 추진했던 두산그룹은 주주들의 반대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고, 셀트리온은 아예 주주 눈치를 보느라 합병을 백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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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세진 상법개정안…우려 고조
주주 반발로 셀트리온 합병 무산
두산밥캣·로보틱스 합병도 차질
야권서 발의한 개정안 통과되면
주주이익 고려가 소송쟁점 부상
사법리스크탓 신사업 위축 전망

주주 행동주의의 기세가 야당과 금융감독원의 ‘주주 충실의무’ 강화 움직임으로 더욱 거세지면서 미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일선 기업의 경영 판단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두산밥캣·로보틱스 합병 등 기업구조 재편을 추진했던 두산그룹은 주주들의 반대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고, 셀트리온은 아예 주주 눈치를 보느라 합병을 백지화했다. 정부는 기업가치 제고(밸류업)를 위해 일반주주 가치 훼손을 방지할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재계는 기업구조 재편·신사업 투자·인수합병(M&A) 등 경영 전략이 위축돼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가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20일 재계 안팎에 따르면 최근 밸류업 바람을 타고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기업들의 눈치 보기가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 이사회가 결정한 M&A나 기업분할 같은 경영상 중요 사안과 관련해 사후 소액주주를 비롯한 주주 이익을 고려했는지가 소송 등의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다양한 주주들의 이익을 합치시키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수많은 경영판단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주주들이 이사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에 나서거나 배임죄로 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사법리스크로 기업인들은 신산업 진출을 위한 투자나 M&A를 주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셀트리온은 종합생명공학연구 기업 성장을 위해 제약과 합병을 추진했지만, 합병비율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등 주주 의견으로 합병이 불발됐다. 두산그룹의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합병도 주주들이 반대하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상법 전문가인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자본이 한정적인 기업은 선택과 집중을 위해 M&A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하는데, (상법 개정은) 그냥 가만히 있으라는 의미”라며 “결국 기업의 할 일이 없어지고, 경제도 침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주주(지배주주)보다 소액 주주들을 더 보호해달라는 건데, 상법의 기본 원칙인 주식 수에 따라 대우받는 ‘주주 평등의 원칙’은 물론,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다수결 원칙도 무너트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금감원은 정부가 기업 밸류업 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M&A, 물적 분할 이후 분리상장과 같은 자본거래는 손익계산상 반영이 안 돼 일반주주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상법을 개정해 지배주주의 의사결정에 주주가치 제고가 포함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오는 21일 ‘주주 충실의무 관련 학계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하고 법적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용권·신병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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