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행복해요"…트레이드 걱정했던 160㎞ 유망주, 한화 5강 싸움의 중심에 서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지금, 올 시즌이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한화 이글스 우완 투수 김서현(20)은 요즘 그저 행복하다. 일단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하고 요즘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6월 김경문 감독이 새로 부임하고 양상문 투수코치가 합류하면서 날개를 달고 있다. 후반기 15경기에서 6홀드, 14⅔이닝, 평균자책점 1.23을 기록하면서 어느새 필승조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달 13일 대전 LG 트윈스전부터 지난 13일 대전 LG전까지는 13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 가면서 한화의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자연히 팬들이 김서현을 응원하는 목소리는 커졌다. 홈구장에서 김서현이 등판할 때면 어느 투수보다 더 큰 함성이 들린다. 그만큼 팬들이 기대했던 유망주였고, 요즘 중간 투수로 든든한 활약을 펼치고 있으니 팬들이 열광하는 것은 당연하다.
김서현은 지난 13일 대전 LG전에서 2-0으로 앞선 7회 무사 2, 3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한화 팬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았다. 김서현 이후 불펜이 무너지는 바람에 비록 팀은 2-3으로 졌으나 한화의 미래가 성장한 것을 지켜본 팬들은 희망 하나를 품고 집으로 돌아갔다.
김서현은 "경기 끝나고 다시보기로 보니까 테이블석에 계신 분들까지 다 일어나서 응원해 주신 것을 나는 경기할 때는 몰랐다. 정말 감사드린다. 나도 그때 그 상황을 막아서 너무 기분 좋았는데, 그 상황까지 만든 것은 첫 타자를 내보내서 그렇게 된 것이니까. 바뀌어야 할 것은 또 바뀌어야 한다. 요즘에는 차에서 내리면 항상 먼저 응원부터 해 주시고 해서 자신감이 더 붙어서 마운드에 올라가는 것 같다. 그래서 경기 끝나고 나면 (채)은성 선배나 (최)재훈 선배나 모든 선배들이 팬들이 응원한다고 너무 어깨 올라가지 말고 가볍게 던지라고 하셔서 가볍게 던진다고 던지고 있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서울고 에이스였던 김서현은 지난해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으면서 큰 기대를 받았다. 시속 16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지며 문동주(21)와 함께 한화 마운드의 미래를 이끌 강속구 듀오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20경기에서 1세이브, 22⅓이닝, 평균자책점 7.25에 그치면서 큰 시련과 마주했다. 제구가 문제였다. 삼진 26개를 뺏는 동안 4사구가 30개에 이르렀다.
김서현은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계속 투구 폼을 수정했다. 수정하고 또 수정하다 보니 김서현의 특색도 잃으면서 길을 잃었다. 올해 6월까지도 김서현은 투구 폼 바꾸기는 계속됐다. 마음에 들지 않으니 계속 변화를 준 것이었다.
김서현이 지금 투구 폼으로 정착한 건 7월부터였다. 고등학교 때 투구 폼으로 다시 돌아갔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이때부터 성적이 나기 시작했다.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코치가 옆에서 어떤 결과가 나와도 '잘하고 있다'고 독려한 것도 마운드 위에서 안정감과 자신감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자신감 회복은 김서현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김 감독이 처음 부임하고 김서현에게 일대일 식사를 제안했을 때 '나 이제 트레이드되는구나'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자신감이 뚝 떨어져 있었다. 팀이 전체 1순위로 지명한 유망주를 2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트레이드 카드로 쓸 리가 만무한데, 그 정도로 김서현은 본인에게 확신이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김 감독과 양 코치에게 감사하다. 김서현은 "어떤 경기 결과가 나오든 일단 항상 칭찬만 많이 해 주신다. 좋은 말만 계속 해 주시니까. 언젠가는 안 좋은 말도 듣고 내가 조금 더 바뀌어야 하는 말도 많이 들어야 하기도 한데, 아직은 시즌이다 보니까 감독님과 코치님이 일단 자신감을 잃지 않게 좋은 말만 계속 해 주시는 것 같다. 오히려 나는 그 말을 듣고 해서 자신감이 많이 붙어서 지금까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야구는 자신감이 있어야 상대랑 싸울 수 있다. 작년에는 피하기만 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오히려 계속 옆에서 잘하고 있다고 해 주시니까. 그럴수록 내가 더 조심해야 하지만, 그래도 또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는 자신감이 많이 붙게 되니까. 그런 게 좋은 것 같다. 지금은 잘한다고 해 주시면 감사하게 듣고, 일상생활이나 그런 것은 내가 최대한 조심하면 되는 거니까. 일단 그런 말들이 나를 많이 도와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서현은 여전히 직구 제구가 완벽히 잘 되고 있진 않다. 대신 슬라이더가 예리하게 잘 들어가면서 직구 제구의 불안감을 상쇄하고 있다. 후반기에 삼진 18개를 잡으면서 4사구는 9개에 그친 것만 봐도 슬라이더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잘 쓰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김서현은 "일단 슬라이더가 많이 도와준 게 커서 그래도 변화구 쪽에서는 한 단계 성장했을 것 같은데, 직구는 아직 조금 멀었다고 생각한다. 선두타자가 나가냐 안 나가냐에 따라서 마운드에서 흔들리는 게 또 크니까. (직구 제구를 위해) 캐치볼 할 때부터 밸런스를 조금 중요시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데뷔 이래 가장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김서현은 "지금 제일 잘되고 있고, 무실점을 연속으로 이어 간 것도 정말 운이 좋은 경기도 있었고 (주)현상 선배님이 잘 막아준 경기도 있었다. 수비들이 도와준 것도 있었고, 나 자신도 그렇지만 야수 선배들이나 포수 (최)재훈 선배님이나 코치님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지금 올 시즌이 가장 행복한 것 같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투구 폼을 바꾸지 않고 유지하면서 시즌 끝까지 완주하는 게 목표다. 김서현은 "선배님들이 내게 가장 중요하게 말하는 게 일관성을 가지는 것이다. 비시즌 때는 이제 폼을 일관성 있게 쭉 가져가기 위해 많이 연습을 할 것이다. 지금은 고등학교 때 폼이긴 한데, 7월부터 쭉 이어오고 있다. 원래는 내가 투구 폼 하나로 한 달도 못 버티는데, 지금은 어떻게든 일관성을 가지려 하고 있고 잘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선배님들도 잘하고 있으니까 다른 생각하지 말고 그대로 유지할 생각만 하라고 하셔서 일관성 있게 가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한화는 최근 3연승을 달리면서 시즌 성적 52승59패2무로 7위에 올라 있다. 6위 kt 위즈와는 1.5경기차, 5위 SSG 랜더스와는 2.5경기차에 불과하다. 마지막 5강 싸움을 이어 갈 불씨를 살린 만큼 지금 흐름을 놓치지 않고 끌고 가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김서현도 계속해서 힘을 보태야 한다.
김서현은 "일단 계속 쭉 지금처럼 가는 게 첫 번째 목표다. 이제 경기가 얼마 안 남았지만, 남은 경기라도 더 많이 좋은 모습 보여 드리고 싶고, 필승조 자리에 완벽히 안착하고 싶기도 하다. 조금 더 좋은 모습만 많이 보여 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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