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소소한 일상의 몽타주[그림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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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를 지나 처서(處暑)의 문턱이지만, 더위는 절기를 무시하는 듯하다.
책도 읽고 피서도 할 요량으로 도서관에 가 보면 아침부터 자리가 없다.
재난대피소처럼 붐비는 가운데 책만 펼쳐져 있고 사람이 없는 자리도 많다.
수영장이 있는 시그니처 풍경들이 더위에 지친 우리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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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를 지나 처서(處暑)의 문턱이지만, 더위는 절기를 무시하는 듯하다. 책도 읽고 피서도 할 요량으로 도서관에 가 보면 아침부터 자리가 없다. 재난대피소처럼 붐비는 가운데 책만 펼쳐져 있고 사람이 없는 자리도 많다. 소지품만 올려놔도 좌석권이 인정되고 물품이 무사한 우리의 양속(良俗)이 이럴 땐 아쉽다.
‘여름의 화가’라 부를 만한 강유진의 시즌이다. 수영장이 있는 시그니처 풍경들이 더위에 지친 우리를 맞는다. 정원에 울창한 초록의 수목들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누군가 헤엄쳤던 수영장 물의 잔잔한 흔들림이 바로 직전 상황을 상상시켜 준다.
작가는 재현 재능을 마음껏 발산하면서도 손을 거친 풍경들은 독특한 감각을 내장하고 있다. 형상 모델링 시 에나멜을 붓다시피 해 구현한 부조적 육질의 이미지로도 유명하다. 이질적 조합이라는 데페이즈망이 다분히 환상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질적이라지만 개연성 있는 대상들이 공간적으로 재배치된 듯한 정도다. 그림이 청량감을 주는 데는 거침없는 필치도 한몫한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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