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뺏길라…GA, 규제완화 요청에 보험업계 긴장

보험개혁회의에 준법경영비 1200%룰 적용 제외 요청
"정책·규제 이행에 사용 vs 설계사 스카우트에 활용 의심"

[아이뉴스24 최석범 기자] 보험대리점(GA) 업계가 보험개혁회의에 준법 경영비를 1200%룰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보험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GA가 준법 경영비 명목으로 확보한 수수료를 전속 설계사 스카우트에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GA 업계가 보험개혁회의에서 준법 경영비 제도 도입(1200% 룰 적용 제외)을 요청했고, 수수료 개선 과제와 연계해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사진=금융위원회]

GA업계가 요청한 건 보험업 감독규정 제4-32조 제7항 개정이다. 이 조문은 1200%룰(첫 해 수수료를 월 보험료의 12배로 제한하는 규제) 적용 제외 항목을 규정하고 있다. 텔레마케팅(TM) 음성녹음·보관 비용, 신규 설계사 모집활동 비용 등 3가지다. 여기에 준법 경영비 항목을 신설해 달라는 것이 GA의 요청이다.

규정을 개정하면 GA는 보험사에 초년도 수수료로 1300%(수수료 1200%+준법 경영비 100%, 예시)를 받을 수 있다.

현재 GA는 금감원의 지시로 내부통제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내부통제 파일럿테스트 평가 항목에 따라 GA는 설계사 1000명당 내부통제 직원 1명을 고용해야 한다. 이 외에도 감독 분담금 증가, 의무 보험료 납부 등 부담이 늘고 있다. GA는 확보한 금액을 이런 금융·감독 당국의 정책과 규제 이행에 쓴다.

GA는 이를 통해 불완전판매 비율과 계약 유지율 같은 중요 지표도 개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GA 업계 한 관계자는 "일단 1200%룰 적용을 받지 않는 준법 경영비를 확보할 통로를 열어 두자는 목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준법 경영비는 특별계정으로 처리한다.

GA 업계는 당겨 받은 수수료를 준법 경영비로 사용하겠다고 하지만, 보험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GA는 1200%룰을 준수하면서 설계사에게 추가로 100%를 더 지급할 여력이 생긴다. 수수료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이를 스카우트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추가로 확보한 수수료를 스카우트에 활용할 여지가 있고, 준법 경영비의 1200%룰 적용 제외를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목적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1200%룰이 적용되는 경비는 준법 경영비 외에도 본사 운영비가 있다. 본사 운영비를 1200%룰에서 적용 제외하는 건 GA 업계의 숙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준법 경영비를 1200%룰 적용 제외 항목으로 바꿀 때, 함께 묶여 있는 본사 운영비도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험개혁회의에서 정식 과제로 상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표성을 가진 GA 협회는 보험개혁회의에 참관인으로 참여한다. 관련 실무반인 판매채널반은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과 생명보험협회 채널지원부, 손해보험협회 자율관리부가 담당한다. 보험개혁회의 안건에 상정하려면 구성원 간 합의가 있어야 한다.

/최석범 기자(01065319988@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