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국가 스웨덴의 변심…이민 오는 사람보다 가는 사람 많다

장재은 2024. 8. 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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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민 50년만에 '마이너스'…유럽 난민사태 후 변화 시작
"관리할 수 있는 추세 필요"…극우정당 득세에 '반이민 급발진'
세계에서 이민자에게 가장 포용적인 국가로 손꼽혀오던 스웨덴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이주민에게 가장 포용적인 국가로 꼽히던 스웨덴이 나가는 사람이 들어오는 사람보다 많은 시대에 접어들었다.

유럽 난민사태로 촉발된 이민정책 기조 변화와 극우정당의 영향력 때문에 발생한 상징적 현상으로 주목받는다.

20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스웨덴 정부는 올해 1∼5월 순이민이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최근 밝혔다.

스웨덴으로 이주해온 사람이 다른 나라에 살려고 떠난 사람보다 5천700여명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리아 말메르 스테네르가르드 스웨덴 이민부 장관은 이런 추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 온 사람이 15% 줄고 이민 간 사람이 60% 늘어난 데다가 특히 망명신청이 1997년 이후 최저라는 게 그 근거다.

스테네르가르드 장관은 "망명신청이 역대급으로 적다"며 "망명과 관련한 체류 허가도 계속 줄어 50년 만에 이민 간 사람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1990년대부터 유고슬라비아,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이란, 이라크 등 주요 분쟁지에서 망명 신청자들을 받아들였다.

인도주의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경제성장을 떠받칠 노동력을 확보한다는 실질적 목적도 있었다.

그 때문에 스웨덴에서 외국 출생자는 214만명(2023년 스웨덴통계청 집계)으로 인구 1천60만명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스웨덴은 이민자를 차별하지 않는 강력한 복지제도를 구축하고 전략적으로 다문화 정책도 펼쳐 세계에서 이주민을 가장 환영하는 국가로 꼽혔다.

이민 실태가 최근 극적으로 뒤바뀐 배경에는 스웨덴 정부의 이민정책 기조 변화가 있다.

스웨덴 사회민주당은 유럽이 난민사태로 신음하던 2015년 말부터 기존 포용적인 이민정책의 경로를 바꾸기 시작했다.

2015년 유럽 난민사태 때 스웨덴을 향해가는 중동 이주민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당시 스웨덴에는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소말리아 등지에서 내전과 폭력사태를 피해 16만명이 넘게 망명을 신청했다.

이주민이 급격히 유입되면서 실업률, 주택가격이 치솟고 정부의 재정지출 부담도 가중돼 반이민 여론 속에 포용적 이민정책이 전환기를 맞이했다.

이민에 반감을 품은 극우 정당이 2022년 9월 스웨덴 총선에서 약진한 것도 이민정책 기조 변화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

백인 우월주의를 기치로 내건 스웨덴민주당은 20%가 넘는 표를 얻어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인 세력으로 거듭났다.

울프 크리스텐손(중도당) 스웨덴 총리가 스웨덴민주당을 제외한 우파정당 3곳과 함께 결성한 연립정부는 의회 과반의석에 미달한다.

현재 스웨덴 연정은 정책 추진력을 얻기 위해 스웨덴민주당과 긴밀한 협력을 약속하고 출범했다. 그만큼 반이민 극우정책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스웨덴은 2022년 취업 이민의 노동계약 요건을 강화하고 영주권 신청 자격을 바꾸는 등 이민 심사를 강화했다.

극우정당의 입김 속에 미등록 이민자 단속과 외국인 범죄에 대한 대응이 강화되고 저숙련 노동자의 이주 요건도 엄격해졌다.

이민자에게 본국 귀환을 독려하는 정책이 시행됐고 공공 부문 근로자들에게 미등록 이민자 신고를 법적으로 강제하는 제도까지 추진됐다.

최근 스웨덴 정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애초 이라크, 소말리아, 시리아에서 온 이들이 점점 더 많이 스웨덴을 떠나는 것으로 나타난다.

스테네르가르드 장관은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다"며 이를 성과로 자평했다.

그는 "우리가 사회통합을 원한다면 관리할 수 있는 이민을 향한 추세를 가꾸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스웨덴 현지에서는 사회통합을 명분으로 이민자를 박대하는 정책 기조를 두고 일부 비판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독일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이민정책 전문가인 베른드 파루셀은 "삶을 고달프게 해서 망명자를 떠나게 하는 건 적절한 수단이 아니다"라며 "저들이 수당과 거주지를 박탈당하면 더 많은 사회적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안니카 산들룬드 유엔난민기구(UNHCR) 노르딕·발트국 대표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저런 정책이 국가로서 스웨덴에 이로운 게 아니다"라며 노동력이 부족한 고령사회로 가는 스웨덴의 현실을 지적했다.

산들룬드 대표는 이민자의 수를 줄여 사회통합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스웨덴 정부의 계획에 대해 "성공적인 사회통합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환영받는다고 느끼는지에 달렸다는 게 우리의 일반적 지식"이라고 주장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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