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던 다저스 구한 36세 클레이튼 커쇼, 빛나는 베테랑의 품격
“빈티지(전성기) 커쇼가 팀의 스토퍼로 거듭났다”
36세 노장 클레이튼 커쇼(LA다저스)에 대한 MLB닷컴의 헌사다. 커쇼는 19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팀 2-1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달 27일 부상에서 돌아온 뒤로 5차례 등판 만에 처음으로 6이닝을 채웠다. 직전 등판인 13일 밀워키전 5.2이닝 1실점 호투에 이어 2경기 연속 선발승을 올렸다.
커쇼는 지난해 11월 어깨 수술을 받았다. 2024시즌 여름 복귀를 선언했지만, 그가 정말로 돌아올 것인지 장담하기는 어려웠다. 어느덧 30대 후반으로 향하는 나이, 근래 몇 년간 구속은 꾸준히 하락했다. 2015년 150.9㎞였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지난 시즌에는 145.1㎞까지 떨어졌다. 이미 황혼기에 접어든 노장이 어깨 수술까지 받았으니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커쇼는 커쇼다.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주는 중이다. 19일 승리로 최근 4경기 1승 3패로 부진하던 다저스를 건져냈다. 첫 3차례 등판에서 5회를 다 채우지 못했지만, 이후 2경기 연속 호투로 평균자책점을 2.63까지 끌어내렸다.
다저스는 이날 승리까지 73승 52패로 내셔널리그 전체 2위 승률을 기록 중이다. 3위 밀워키와 불과 0.5경기 차. 3위로 밀려나면 디비전시리즈에 직행하지 못한다. 대신 와일드카드 팀과 먼저 경기를 치러야 한다. 포스트시즌 제도 개편 이후 리그 전체 1~2위와 3위 사이 차이가 커졌다.
서부지구 1위도 이제는 장담하기 어렵다. 지구 2, 3위 샌디에이고와 애리조나에 3경기, 3.5경기 차로 쫓기는 중이다. 19일까지 최근 30경기 다저스가 17승 13패를 기록하는 동안 샌디에이고와 애리조나 두 팀은 각각 21승 9패로 무섭게 질주했다.
현시점 다저스의 가장 큰 고민은 선발진이다.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부상에서 돌아오려고 하니 에이스 타일러 글래스노우가 부상으로 빠졌다. 바비 밀러가 ‘2년차 징크스’에 허덕이는 중이고, 2차례 토미존 수술을 받은 워커 뷸러까지 예전 같은 구위를 회복하지 못했다. 남은 시즌, 다저스가 지금 순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커쇼의 꾸준한 활약이 절실하다. 2008년 데뷔 이후 17년 동안 다저스 마운드를 지킨 커쇼의 존재를 다저스는 여전히 필요로 한다.
커쇼는 지금 당장 은퇴해도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실시되는 투수다. 명예의 전당을 예약한 또 다른 3명의 투수들, 그러니까 저스틴 벌랜더(휴스턴), 맥스 셔저(텍사스), 잭 그레인키와 함께 국내에도 ‘커벌셔그’로 불리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커쇼를 포함해 이들 4명 모두 이번 시즌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커쇼와 벌랜더, 셔저 모두 부상 이슈가 있었다. 그레인키는 아직도 소속팀을 구하지 못했다. 4인방이 모두 빠진 이번 시즌 MLB 개막전은 저물어가는 이들의 시대를 드러내는 듯했다.
커쇼는 돌아왔지만, 나머지 셋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6월 다시 부상으로 빠졌던 벌랜더가 오는 22일 보스턴 상대로 선발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벌랜더는 올 시즌 10차례밖에 등판하지 못했다. 시즌 중반 부상 복귀 후 8차례 등판했던 셔저는 지난 3일 다시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통상 3000탈삼진까지 21개만 남긴 그레인키는 소속팀을 구하지 못해 이번 시즌 빅리그 마운드에 1차례도 오르지 못했다. 사실상 은퇴 수순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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