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요트 사고로 실종된 ‘英 빌 게이츠’ 마이크 린치
이탈리아 시칠리아 앞바다에서 19일(현지 시각) 호화요트가 침몰해 1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된 가운데, 오토노미 창업자인 마이크 린치(59)도 실종자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린치는 영국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토노미(Autonomy)를 창업해 대형 상장기업으로 키워낸 능력으로 ‘영국의 빌 게이츠’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쯤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팔레르모시 포르티첼로 인근 해역에서 승객 12명과 승무원 10명이 탑승한 56m 길이의 요트가 침몰했다. 이 가운데 15명이 구조됐지만, 1명이 숨지고 6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사망자는 선상 요리사인 리카르도 토마스로 확인됐다.
FT에 따르면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 중에는 영국의 빌 게이츠라 불리는 마이크 린치도 포함돼 있다. 컴퓨터 과학자 출신인 린치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전기 공학과 컴퓨터 과학을 전공했다. 이후 1996년 오토노미라는 기업을 설립해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오토노미는 한때 유럽에서 가장 성공적인 기술 기업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린치는 대영제국훈장(OBE)을 받기도 했으며 2011년 당시 총리였던 데이비드 캐머런의 과학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같은 해에는 오토노미를 미국의 휼렛패커드(HP)에 110억 달러(약 14조7000억원)에 팔았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린치는 영국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한 명으로 재산은 8억5200만 파운드(약 1조4700억원)로 추정된다. 사고가 난 요트도 린치가 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토노미 매각으로 탄탄대로일 것만 같던 그의 인생은 전환점을 맞게 된다. 린치는 본인이 설립한 오토노미를 HP에 넘기는 과정에서 분식회계 등으로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은 것이다. 당시 HP는 “오토노미가 최소 5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심각한 회계 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내부 조사 결과 드러났다”라고 주장했고, 결국 린치를 비롯한 오토노미 경영진을 고소했다.
이 사건은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2018년 미국 연방 검찰은 린치를 금융사기 혐의로 기소했고, 지난해부터 가택연금 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린치는 올해 6월 무죄 평결을 받고 풀려났다. 당시 그는 “영국으로 돌아가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내 분야에서 혁신을 이루는 것을 고대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린치의 법적 싸움은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큰 사건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린치가 이번에 요트 여행을 떠난 것은 2011년부터 진행됐던 법적 싸움에서 승리한 기념이기도 했다. FT에 따르면 요트에 탄 사람 중에는 린치의 법률회사 사람들도 포함돼 있었다. 텔레그래프는 생존자 가족의 말을 인용해 린치의 무죄 판결을 기념한 자리로 법률회사와 린치 측 인사들이 초대됐다고 전했다. 린치의 전 커뮤니케이션 고문인 데이비드 옐런드는 FT에 “마이크 린치가 재건을 시작하자마자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를 아는 모든 사람에게 엄청난 충격”이라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린치의 18세 딸과 재판에서 변호인 측 증인으로 출두한 영국 보험업체 히스콕스의 회장인 조나단 블루머도 실종된 상태다. 린치의 아내 앤젤라 바카레스는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포르티첼로 연안에는 폭풍우가 몰아닥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목격자들은 강한 돌풍으로 인해 요트의 돛대가 부러졌고, 이에 따라 배가 기울면서 순식간에 가라앉았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 근처에 있다가 구조 활동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 배의 선장 카스텐 보너는 “폭풍이 지나가고 바로 뒤에 있던 요트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면서 “불과 몇 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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