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뜯어보기] “정책이 바뀌면 답 없는데…” 루미르, 수주 계획만으로 3500억 몸값 제시
상장 후 시가총액 최대 3637억원
2026년 주력 사업 수주 잔고 ‘0′
정부 정책 청사진으로 실적 추정
지구 관측용 인공위성 개발 전문기업 루미르가 코스닥시장 상장 도전을 본격화했다. 몸값으론 3600억원을 꺼내 들었다. 지난 7월 상장예비심사 승인 후 추가 절차에 나서지 않으면서 최근 우주·항공기업의 주가 부진에 따른 연기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최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루미르는 앞서 누리호에 자체 개발 소형위성 ‘루미르-T1′을 실으며 이름을 알렸다. 정부발 우주개발 위성사업 수주가 최대 매출원으로, 2년 뒤 정부의 투자 확대 가능성을 근거로 3600억원 넘는 몸값을 추산했다. 다만 2026년 수주 잔고는 ‘0′으로 성장성 입증이 최대 과제로 떠 올랐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루미르는 지난 16일 금융위원회로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 3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 4개월여 만인 지난 7월 심사 승인 결과를 획득했다. 기술평가 특례 상장으로 NH투자증권이 주관사다.
회사는 이번 상장에서 총 300만주를 전량 신주로 모집한다는 방침이다.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는 1만6500~2만500원으로 정했다. 밴드 상단 기준 공모 규모는 615억원, 상장 후 시가총액은 3637억원으로 추산된다. 내달 9일부터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 내달 중 상장을 목표했다.
루미르는 정부의 우주 개발 사업 핵심 파트너로 꼽힌다. 인공위성 시스템과 전장품을 만드는 우주항공 스타트업으로 2009년 설립 후 인공위성 탑재컴퓨터, 레이더를 활용한 영상자료처리 장치 국산화에 나서며 정부 주도의 차세대중형위성 1호, 2호, 3호, 4호 개발 사업에 모두 참여했다.
작년에는 차세대중형위성 5호에 탑재되는 영상처리장치인 지구관측 영상레이다(SAR)를 수주, 2022년 64억원이었던 매출이 121억원으로 증가했다. 차세대중형위성 5호는 수자원 위성으로 위성 정보를 활용, 수자원 관리와 홍수·가뭄 등 수재해 모니터링에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루미르의 코스닥시장 상장 추진은 그동안 시장의 꾸준한 관심을 받았다. 작년 누리호 3차 발사 당시 루미르-T1을 탑재, 국내 민간기업 최초의 성공 사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국가전략으로 우수항공산업을 발탁, 지난 5월 우주항공청을 개청한 것도 루미르에 대한 주목도를 올렸다.
루미르는 지난해 매출의 71.5%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곳에서 올렸다. 정부의 인공위성 국산화 추진에 루미르가 부합한 것이다. 다만 해외에서의 매출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엔 SAR을 활용한 위성 정보 서비스 제공으로 사업 영역 확장, 매출처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선 시장의 관심이 공모 흥행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우주 산업은 대규모 자금 투자가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는 어려워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반기 들어 공모주 투자심리마저 위축됐다.
지난 2일 코스닥에 상장한 우주 발사체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 주가는 약 3주 만에 반 토막(상장 첫날 최고점 대비)났다. 내년 3월 상업 발사 성공을 가정해 흑자 전환, 이후 2026년 당기순이익 215억원을 추정해 꺼낸 4000억원 몸값 역시 18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가운데 루미르로도 고평가 논란이 따라붙고 있다. 2026년 추정 당기순이익 추정치 267억원을 177억원으로 현가 할인한 후 주가수익비율(PER) 28.35배를 적용해 평가 시총을 산출했는데, 실적 추정이 가정에 가정을 더하는 방식으로 책정됐기 때문이다. 수주 잔고는 ‘0′인 채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루미르는 작년 121억원이었던 매출이 올해 202억원으로, 내년 420억원, 2026년 877억원으로 매년 배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4억원 적자에서 288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은 244억원 적자에서 2026년 266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시장에선 근거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인공위성 탑재컴퓨터, SAR 공급과 같이 루미르 매출의 80% 가까이를 차지하는 위성제조 사업에서 회사는 2026년 516억원 매출을 추정했는데, 2026년의 수주잔고는 ‘0′이다. 516억원 매출은 고스란히 수주 계획으로만 반영됐다.
루미르는 정부가 2027년까지 우주개발 예산을 1조50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고, 각 부처별 위성발사 계획도 갖추고 있는 만큼 충분히 실현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하지만, 정부 정책의 변동 가능성은 배제됐다. 추가 매출원인 위성 서비스는 아직 위성 발사도 하지 못했다.
실제 정부의 우주산업 지원 예산은 변동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부터 우주개발과 관련된 정부의 총예산 추이를 살펴보면 2010년 2648억원에서 2012년 2183억원까지 감소했다. 이후 2013년 증가로 전환, 2016년 7464억원까지 늘었다가 2019년까지 감소하기도 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 상장한 컨텍에 이어 올해 이노스페이스까지 우주산업 스타트업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상장 후 주가가 내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상장 지연까지는 아니더라도 몸값 눈높이는 낮출 것으로 봤는데 도전을 택한 모양새”라고 말했다.
공모구조는 시장 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8년 시리즈A 투자유치에 참여하며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린 벤처캐피털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인터베스트 등 주요 주주 대부분이 1~3개월 의무보유를 약속했다. 상장일 유통가능 물량은 전체 상장 예정 주식 수의 31% 수준이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남명용 대표는 의무보유 3년을 정했다. 기술평가 특례 상장 기업의 경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주식 의무보유 기간이 1년인 점을 고려하면 2년을 더했다. 특히 남 대표의 지분율은 46.35%다. 상장 후 3년간 유통주식 물량이 전체의 53.35%를 넘지 않는 셈이다.
한편 시장에선 루미르 상장 흥행 여부가 향후 우주·항공 스타트업 상장 추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초소형 위성),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소형 로켓), 덕산넵코어스(위성 항법 및 무인기) 등 다수 우주·항공 기업이 기업공개(IPO)를 예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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