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 BMW 배터리 정보 공개가 벤츠보다 빨랐던 이유

박성우 기자 2024. 8. 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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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불안해하는데 어떻게 기다립니까. 배터리 제조사를 바로 확인해서 조치(공개)해주세요."

BMW코리아 관계자는 "당시 본사에서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는데 왜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있었다. 당시 한 사장이 한국에서의 신뢰도 회복을 위해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사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전임인 김효준 전 회장도 2000년 BMW코리아 대표로 취임한 뒤 20년간 한국 지사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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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불안해하는데 어떻게 기다립니까. 배터리 제조사를 바로 확인해서 조치(공개)해주세요.”

지난 12일 오전 9시 10분쯤 한상윤 BMW코리아 대표가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뒤 내린 결정이었다. 당시는 독일 BMW 본사와 협의되지 않은 상태였다. 한 대표의 선조치·후보고 지시에 직원들은 본사와 협의하는 동시에 홈페이지 수정 작업에 나섰다. 이날 오후 8시쯤 BMW코리아 홈페이지에는 배터리 제조사의 정보가 올라왔다. 국내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수입차 업계 중에서 배터리 정보를 공개한 것은 BMW가 처음이었다.

비슷한 시기 전기차 포비아(공포증)를 불러온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는 “(배터리 제조사 공개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본사와 협의하고 있다는 것조차 확인해 주지 않았다. 다른 수입차 업체들도 별반 차이는 없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 파견 나온 외국인 대표나 경영진은 실적을 쌓아 더 높은 자리로 가겠다는 목표가 있어 본사를 자극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본사와의 소통에 소극적인 면이 있다”고 말한다.

BMW코리아는 지난 2018년 여름 BMW 화재 사태가 발생하자 그해 8월 특정 모델에서 불이 날 수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대국민 사과와 리콜 조치를 단행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는 4개월 뒤인 12월에야 나왔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당시 본사에서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는데 왜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있었다. 당시 한 사장이 한국에서의 신뢰도 회복을 위해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사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BMW코리아의 빠른 의사 결정은 오랜 기간 누적된 독일 본사와 한국 간의 신뢰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18년 BMW코리아 사장, 2019년 대표이사 사장이 된 한 대표는 2003년 BMW코리아에 입사한 뒤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매니저에서 대표까지 올랐다. 전임인 김효준 전 회장도 2000년 BMW코리아 대표로 취임한 뒤 20년간 한국 지사를 이끌었다.

BMW코리아는 900억원을 투자해 인천 영종도에 드라이빙센터를 건설했다. 지난 5월 기준 BMW 드라이빙 센터를 찾은 방문객은 총 150만명을 넘어섰고 국내에 새로운 드라이빙 레저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 세계적으로 BMW의 드라이빙센터가 있는 국가는 독일과 미국에 이어 한국이 세번째다. 지난 4월에는 미래차 연구를 위한 BMW연구개발(R&D)센터를 확장 이전했다.

벤츠코리아도 2014년 사회공헌위원회를 출범해 지난 10년간 한국에 496억원을 기부했다. 2015년에는 250억원을 투자해 국내 수입차 업계 교육 관련 시설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메르세데스-벤츠 트레이닝 아카데미를 개소했다. 독일과 프랑스에 이어 전 세계 세 번째 트레이닝 시설이다.

벤츠코리아는 화재 발생 후 마티아스 바이틀 사장이 인천 청라 아파트를 찾아 입주민을 위로했고 45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추가적인 지원 가능성도 열어뒀다. 국토교통부의 긴급 점검 권고를 수용해 전기차 전 차종에 대한 무상 점검도 진행하면서 화재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에 진출한 지 21년이 된 벤츠코리아에 한국인 대표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인의 벤츠 사랑은 유명하다. 지난해 벤츠코리아는 국내 시장에서 매출 7조9375억원, 영업이익 2393억원으로 수입차 업계 1위를 기록했다. 벤츠의 중형세단 E클래스는 2018년부터 6년간 한국이 전 세계 판매량 1위다. 이번 벤츠 전기차 화재로 소비자가 분노하는 이유는 1등 벤츠에 대한 서운함과 상실감이 컸기 때문이다.

벤츠코리아는 “한국 시장은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이번 화재 대응은 물론, 한국 사회에 대한 기여에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벤츠가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한국 시장에 대한 애정을 더 증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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